프로야구에 ‘구름관중’이 모이는 이유… 지난해 경기당 평균 1만1184명 동원
지난 10일 부산 사직야구장. 2014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팽팽하게 전개됐다. 롯데의 4번 지명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타석에 등장하자 관중석에서는 익숙한 리듬의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히메네스!”가 반복되는 이 응원가는 가수 방미의 ‘날 보러 와요’의 멜로디에 히메네스의 이름을 넣어 단순하면서도 절도 있고 중독성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릴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응원의 힘일까. 히메네스는 이날 연장 10회 말 1사 12루 상황에서 끝내기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4-1 역전승 주역이 됐다.
관중은 그라운드의 지배자다. 단순히 경기만을 관람하는 시대는 옛말. 독창적이고 강렬한 응원가 및 구호를 통해 경기 흐름을 장악한다.
선동열 기아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3연패를 끊는데 관중의 힘이 컸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선동열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연패를 끊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많은 관중이 찾아와줘 큰 힘이 됐다. 감사하다”라며 승리의 기쁨을 관중에게 돌렸다.
관중은 모일수록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 면에서 프로야구 관중은 그라운드의 지배자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프로야구는 2012년 700만 관중 돌파에 이어 지난해에는 644만1945명이 경기장을 찾아 경기당 1만1184명을 기록했다. 국내 스포츠 최대 관중이다. 반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은 지난해 총 관중 203만9475명을 동원해 경기당 평균관중 7638명을 기록, 프로야구에 크게 못 미쳤다.
프로농구는 2012-2013시즌 109만7513명에 이어 2013-2014시즌 118만450명으로 평균 4372명을 동원했지만 역시 프로야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프로배구는 41만6288명(평균 3819명)이 경기장을 찾는 데 그쳤다. 관중 수만 보면 국내 프로스포츠의 서열은 야구축구농구배구 순이다. 축구는 프로화 이전부터 일찌감치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지만 국내 리그 관중 수는 야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한몫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박동희씨는 “야구가 흥한 나라는 정치사회적으로 미국의 영향권에 있었다. 중남미와 한국, 일본 등이 대표적이지만 중국과 유럽 등 미국의 영향권 밖에 있던 나라는 야구가 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동희씨는 또 “야구는 123루를 돌아 홈으로 돌아오는 경기다. 가족중심 문화이면서 팀워크를 중시하는 국민 정서에도 야구가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관중 동원 고공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올해는 FIFA 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빅 이벤트가 연이어 열린다.
야구광 박성민(41회사원)씨는 “90년대 후반까지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구장을 찾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야구장을 덜 가게 되는 것 같다. 반드시 예매를 해야 티켓을 구할 수 있고, 미세먼지와 장마 등도 야구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동희씨는 “협회나 구단 측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새로 개장한 야구장도 손색이 없고, 팬 서비스나 이벤트도 다양해졌다. 만년 하위팀도 4강 경쟁에 합류해 예년보다 치열해졌다. 올해는 600만 관중만 넘어도 성공으로 본다. 국민스포츠의 자리매김이냐, 일시적 트렌드냐는 올해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