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한 노사정 소위가 사실상 무산되고 이에 대한 대법원판결을 앞두면서 현장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는 17일 오전 대표자회의를 열어 52시간 단축으로 중지를 모았으나 재계 쪽에서 8시간 연장근로를 포함한 60시간 안을 들고나오며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40시간 근로를 기본으로 하면서 당사자가 합의하면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한다. 여기에 고용노동부 지침으로 주말 휴일 근로가 16시간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에 대해 고용부 지침은 법적근거가 없다며 맞서왔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 합의 불발로 제2의 '통상임금'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별도의 합의가 없었던 노사정 모두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이를 논의할 노사정위 또한 노조의 불참으로 현재까지 구성조차 어려운 상태다.
일각에선 '근로시간 단축' 또한 동일한 행보를 따라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법원은 토·일요일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려왔다.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토·일요일에 하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2심 재판부 모두 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한 대법원에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는 사건의 선고가 예정돼 있다.
대법원이 1·2심 재판 결과를 인용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 '휴일 근로시간은 연장 근로시간에서 제외된다'는 2000년 9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무효가 된다. 또한 기존처럼 평일에 연장근로 한도를 채우고 휴일에도 일을 시키면 불법이 된다.
소위는 논의를 시작하면서 대법원에 판결 유예를 요청했지만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 또한 무산됐다. 1,2심과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게 되면 재계와 현장에선 12시간이 넘는 연장 근로는 불법인 상황을 맞게 된다.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추가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다.
이 경우 전체 근로자 중 근로시간 적용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 633만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중 52시간 근로에 따른 변화가 큰 근로자는 62만3000명. 이들의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당장 중소기업을 비롯한 제조업이 위태로운 상황이 전개된다.한편 환노위 소위는 일단 21일까지 한 차례 더 의견 수렴을 시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소위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이 52시간보다 후퇴하는 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 합의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