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스펙을 중시하던 풍조에서 경험과 지원자의 열정을 높게 사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 학점과 영어공인점수, 자격증 등을 내세워서는 경쟁자를 제치고 취업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같은 채용문화는 최근 열린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간담회에서 비롯됐다.
청년위원회는 이달 초 서울 광화문 KT빌딩 ‘드림엔터’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10대그룹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과 간담회를 하고 ‘스펙초월 채용’ 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남민우 청년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입사지원서에 기업의 인재상이나 직무역량 평가를 위한 정보 이상의 불필요한 스펙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사하고, 과감히 삭제해달라”며 “특히 직무와 관련이 없는데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요구해 온 사진, 가족관계, 신체조건 등을 우선적으로 없애달라”고 말했다.
청년위는 다음 달까지 전국 10개 지역 대학을 방문해 스펙초월 현장 간담회를 열고 스펙초월 채용 제도 도입을 위한 기업들과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기업에 스펙초월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입사지원서 스펙 기재사항을 조사·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10대 그룹은 간담회에서 올해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에서 스펙초월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8600명을 채용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인턴이나 상시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면접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1만2000명을 채용할 계획인 LG는 사무직 신입 3500명에 대해 입사지원서에 사진이나 가족관계 기재란을 없애고 전공지식 등을 중심으로 선발하겠다고 약속했다.
8000명을 뽑는 SK그룹은 자기소개 발표를 통해 인턴을 선발하는 ‘바이킹 챌린지’를 상반기에 실시하는 한편 하반기 공채 시 역량 발표 우수자에게 서류전형을 면제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공개채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기업 공채의 경쟁률은 보통 100대 1로 알려졌다.
바늘구멍 뚫기와 같은 대기업 입사에 대해 전문가는 스펙을 중요시 여기던 그동안의 채용 동향을 과감히 버리고 지원자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규덕 오쌤커리어연구소 대표는 최근 YT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조사된 게 230여개의 대기업이 올해에 3만900명 정도를 채용한다고 밝혔다”며 “이 수치는 작년 동일한 기준을 볼 때 채용 숫자를 보면 작년과 비슷한 숫자로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 대표는 경쟁률에 대해서는 “평균 85대 1이며 인기 있는 대기업은 100대 1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름 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들은 보통 200대 1, 5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요즘 가장 큰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입사 지원서에 불필요한 스펙들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탈스펙, 그것이 과연 큰 변화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스펙의 문턱 때문에 면접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때문에 공기업들은 아예 처음부터 스펙을 기록하지 않도록 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일부 민간기업들이 스펙의 항목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을 서류심사 할 때 점수를 매기는 항목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입사 후 3년, 5년 후의 결과에 따른 조치다.
오 대표는 “뽑고 나서 일을 시켰는데 3년, 5년 후에 결과를 보는데 스펙좋은 사람들이 일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털어놨다.
기본적인 성실도를 보고 그 다음에 문제 해결도를 보고 내적인 위기대처 능력을 보고 싶은 것이 기업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구직자는 그동안의 경험과 열정을 살려서 기업에 어필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에서 정말 원하는 것은 점점 직무에 대한 적합성이다.
오 대표는 “‘나는 대기업가고 싶어서 학점과 영어점수와 자격증을 땄어요’라고 얘기하는 사람을 이제는 기업이 원치 않는다. 그런데 내 전공이든 성격적 특성이든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려고 지식도 쌓고 영어 공부도 하려는 사람을 더 우대한다”고 말했다.
가능한한 목표나 꿈들을 조금 더 명시적으로 구체화 하는 것이 좋다는 게 오 대표의 조언이다.
그것을 기반으로 학점을 따고 그것에 기반해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또한 그것에 기반해서 뭔가 사회적 경험들과 지식을 쌓는 과정들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