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 축소 놓고 몸살 예상
“노조 간부가 왜 사측을 대변해서 명퇴를 설명하느냐.” “노조 간부들부터 명퇴해라.”
9일 오전 8시20분 KT 전북 부안지점에서 열린 특별 명예퇴직 설명회장. 명예퇴직에 반발하는 성난 직원들의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20년 이상 KT에 몸 담아왔던 직원들은 노조 간부들의 명퇴 설명에 허탈감과 분노를 느꼈다.
KT는 전날 15년 이상 근속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명퇴 시행을 발표했다. 경쟁사보다 많은 인건비를 줄이고, 신규 채용 규모를 확대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명퇴 대상은 KT 전제 직원 3만2000여명의 70%에 해당하는 2만3000명이다.
이날 설명회는 KT 부안지사 노조 지부장이 나서서 진행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왜 노조 간부가 나서서 사측이 해야할 명퇴 설명을 하고 있느냐”며 항의했다. 순식간에 설명회장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현장에 있던 KT 직원은 “노조원들의 항의에 노조 지부장도 결국 ‘나도 오고 싶지 않았다’고 대답하더라”며 “결국 노조 집행부에서 시켜서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복지제도 축소안에 대한 항의도 이어졌다. 노조원들은 이날 설명회장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학자금제도폐지 등 복지혜택 축소안은 단협 사항인데 조합원 찬반투표도 거치지 않고 하는 것은 불법 아니냐”며 날을 세웠다. 또 다른 노조원들은 “노조 간부들부터 명퇴하라”며 과격한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전날 KT가 ‘노조 합의’를 강조하며 명퇴 시행을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정작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하지 못해 험악했다.
30년간 KT에서 근무한 한 직원은 “명퇴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사전에 의견을 물어본 일도 없는데다, 관련 내용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이번 명퇴가 유선사업을 겨냥하고 있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만큼 지방 지부들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선사업 부분을 중심으로 KT 현장 인력들의 동요가 거세지고 있다. 실제 명퇴안을 발표한 지난 8일 오후 KT 새노조(제2노조)의 홈페이지가 많은 노조원들의 접속으로 한때 다운됐을 정도다. 제1노조에서 옮긴 이들도 하룻새에 4명이나 됐다. 명퇴를 거부하고 버티는 과정에서 사측과의 힘겨루기를 준비하고 있는 직원들도 포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과 KT노조(제1노조) 측은 현장 인력들의 오해라고 설명하고 있다. KT노조 차완규 정책실장은 “일부 복지제도 축소건과 관련해서는 조합원 찬반투표 사안이 아닌데 현장 인력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오는 24일까지 노조원들의 제대로 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