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호주 등 영연방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연이어 성사시킨 통상당국이 뉴질랜드와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농수산물 개방 확대를 주장하는 뉴질랜드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물린 양상이다.
10일 통상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영연방국 중 캐나다, 호주에 비해 한국과 뒤늦은 FTA를 맺게 된 뉴질랜드 입장에선 최대한 얻을 것이라도 얻자는 심산"이라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6차 한-뉴질랜드 FTA 협상은 핵심 쟁점인 상품 양허(개방) 수준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으나 농수산물 보호 수준에 대한 이견이 켜 별다른 소득이 없이 끝났다.
한국은 농수산물시장 개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개방 확대를 요구한 뉴질랜드와 평행선을 달렸다는 설명이다.
한-뉴질랜드 FTA 협상의 이같은 난항은 오는 4월말로 잠정된 수석대표급 협상에서도 재현될 공산이 크다. 농수산물이 주력산업인 뉴질랜드 측은 앞서 농수산물 관세 철폐 시기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2010년 4차 협상을 끝으로 4년간 공백기를 가진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통상당국의 입장도 농수산물 개방 부문에선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뉴질랜드가 TPP 협상 참여국임에 연연하지 않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12개 TPP 협상 참여국 가운데 하나로 TPP 참여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참여시 필수저인 이들 국가들의 동의를 위해서라도 FTA 타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한-호주, 한-캐나다 FTA가 올들어 급물살을 탄 것도 우리 정부의 TPP 참여 타진의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통상당국이 TPP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한-뉴질랜드 협상에서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TPP를 빌미로한 통상압력엔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농산물을 둘러싼 협상이 이같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한-뉴질랜드간 FTA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우리 정부의 작년 대(對)뉴질랜드 수출액은 14억9100만 달러, 수입액은 13억9500만 달러로 우리나라가 97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