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50선 붕괴
한동안 잠잠하던 원·달러 환율 1050선 붕괴에 전방위적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은 국내의 안정적인 펀더멘털이 환율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9일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아시아 4위 경제국인 우리나라가 성장 궤도에 오르는 가운데 수출기업들이 최근 원화 약세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국내로 환류시킨 움직임이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원화가 안정된 수요 기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로 2012년 2월 이후 매월 계속되고 있는 무역 흑자를 꼽았다. 3월은 특히 휴대전화나 메모리 칩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떨어져 국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중순 이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104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21일에는 1082.80원을 기록했다.
홍콩 스코샤은행의 사샤 티하니 수석 환율 스트래티지스트는 "수출 업체에서 대량의 원화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환율 급락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외환 시장에 정기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건스탠리의 제프 켄드릭 아시아 통화 금리 책임자는 그럼에도 "한국 중앙은행은 드디어 리먼 사태 이후 최저치를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2.8%이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는 3.8%, 내년에는 4%로 가속화한다고 예상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개선했다. 미국 국채수익률 하락에 따른 미국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도 원화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CIBC월드마켓의 패트릭 베넷 투자전략가는 9일자 보고서에서 환율 1050선 붕괴에 "한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 해외 자산의 환류 외 최근 (위안화) 하락의 영향을 받지 못한 결과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