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 3人… ‘윤리경영’ 결다른 처방

입력 2014-04-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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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계의 화두는 ‘윤리경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경영 화두로 격렬하게 부딪쳐 흙탕물을 흘려 버리고, 맑은 물을 끌어올린다는 의미의 ‘격탁양청(激濁揚淸)’을 제시했다. 자율적 윤리경영을 정착하기 위해 재계가 적극 나서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윤리경영을 외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기업들의 비리와 사고는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올 들어 롯데그룹과 KT, KB금융그룹 등이 각종 비리와 사건·사고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황창규 KT 회장. 이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였지만 각기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

얼굴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재계에서 ‘포커페이스’로 불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4일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의 비리와 관련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크게 격노했다. 늘 경직된 표정으로 말을 아끼는 탓에 크게 화를 내는 일도 별로 없는 신 회장의 성향상 이례적 반응이었다.

지난 2012년 회장 취임 이후 늘 신뢰와 윤리경영을 강조해 왔던 터라 망신살이 제대로 뻗친 신 회장은 전 계열사의 감사를 해결책으로 들고 나왔다.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을 빨리 수습하기 위한 강도 높은 감사와 이에 따른 엄중한 책임만이 살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신 회장은 전 계열사를 감사하고, 내부시스템을 점검·보완키로 했다. 또 검찰조사와 내부감사를 통해 밝혀진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지게 할 방침이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실추된 내부통제력 회복을 위해 고강도 쇄신책을 들고 나왔다. KB금융 내부에 만연한 파벌주의와 줄서기 문화를 근절하겠다고 인사쇄신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임직원 자진신고를 통해 소규모 금융사고와 법규 위반 사례를 색출하겠다는 것이다. 또 잇따른 금융사고를 일으킨 직원뿐 아니라 해당 지점장과 지역본부장까지 연대 책임을 지도록 결정했다. 감시망을 촘촘히 하기 위해 내부 제보 직원에 대한 포상금도 10억원으로 높였다.

이 같은 강도 높은 쇄신책은 임 회장이 연초 유독 강조한 ‘신뢰회복’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2만5000여명의 임직원에게 강력한 정신 재무장과 쇄신을 주문한 만큼 관행에 안주하는 문화와 방관자적 업무 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조직 내부를 향해 칼을 뺀 황창규 KT 회장은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으로 대응하고 있다. KT는 황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계열사 KT ENS 직원 연루 대출사기, 1200만명 고객정보 해킹 사건 등이 연달아 터졌다. 황 회장은 경영에 제대로 시동도 걸어 보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고개부터 숙여야 했다. 황 회장은 이 같은 사건들이 KT의 책임지지 않는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최근 KT에 새로운 조직인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윤리경영실 내에 경영진단센터를 설치했다. 방만경영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던 ‘책임지지 않는 문화’를 뜯어 고치기 위한 것이다. 경영진단센터는 사업 부문의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조직 내 성과 없는 사업, 과도한 투자 등을 조사해 솎아내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역할이다. 황 회장은 경영진단센터에 삼성생명 출신인 최성식 전무를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관리와 효율성으로 대표되는 삼성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풀어질 대로 풀어진 조직을 다잡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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