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돌 맞은 산업은행, 明과 暗]민영화 무산, 앞으로 갈 길은…

입력 2014-04-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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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금융 연결고리 충실… 中企•신성장산업 지원 강화

민영화 시도가 무산된 산업은행은 시장친화적 정책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을 것을 천명했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수익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시장친화적 정책금융의 역할은 공공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1일 창립 60주년을 맞아 ‘중장기 발전전략’을 발표,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산은의 기업금융·투자금융·구조조정 업무 등 핵심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으로 중소기업·사회간접자본·신성장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소매금융업무는 현 수준을 유지한다.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을 병행하겠다는 포지셔닝으로 산은 민영화 이전의 정책금융 기능에 보다 충실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STX·동부·현대그룹 등의 구조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산업과 금융의 연결고리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발생한 수익구조 개선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가 대주주인 산은은 관련법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보전토록 돼 있다. 다시 말해 산은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구조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사태 때 대규모 손실이 난 산은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다.

올해 재무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산은은 지난해 1조40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했던 탓이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대상인 대우와 현대의 채권단에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포함돼 위험이 분산됐던 상황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시중은행들이 부실 위험이 있는 채권을 회수하는 동안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에 집중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STX 계열의 부실채권 2조6000억원 중 산업은행의 비중은 36%에 달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한 대기업에 대한 산은의 익스포저(손실발생가능금액)는 30% 이상이다.

산은이 경영지표로 삼은 ‘자체 수익을 기반으로 한 선진형 정책금융 수행’을 위해선 안정적 수익기반 확보가 절실하다.

윤석현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는 “정책금융이란 국가가 기업을 지원해주겠다는 뜻인데 시중은행과 영업 경쟁을 한다면 수익이 나지도 않고 정책금융기관이란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면서 “산은만의 차별화된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적재산권(IP)담보대출과 산은의 해외 네트워크를 예로 들었다.

윤 교수는 “IP 담보대출의 경우 시중은행의 실적이 제자리걸음인 데 반해 산은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라면서 “산은의 금융 노하우를 잘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은은 지난 60년 동안 국책은행으로서 다른 은행에 비해 해외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다”며 “이런 점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역량을 펼친다면 현 정부가 바라는 창조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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