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서 양호한 실적 ‘재신임’… “한번 더 맡겨보자”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는 수장 교체가 아닌 연임 카드를 빼들었다. 증권사 실적 악화가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닌 증권업계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면서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을 끝으로 CEO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는 20여곳에 이른다. 특히 지난 3월 주총에서 CEO의 임기가 만료된 증권사는 17곳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증권사 주총은 별다른 이슈 없이 지나갔다. 주총을 앞두고 대부분의 CEO들의 연임이 결정됐고, 그룹 지주 계열만 일부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등은 주총 전 연임이 결정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려운 증시 환경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증시 침체에도 지난해 당기순이익(754억원)이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집중됐던 수익구조가 자산관리, 투자은행(IB)으로 확대되면서 2011년 업계 9위였던 당기순이익 순위가 2위로 뛰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1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순이익(136억원) 기준으로는 업계 7위에 올랐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1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회계기간이 9개월로 줄었지만 순이익은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비슷한 이유에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 등도 연임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4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3년 연속 업계 1위를 지켰고, 미래에셋증권은 703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홍원식 이트레이드증권 사장, 고원종 동부증권 대표, 김경규 LIG투자증권 사장 등의 연임이 결정됐다.
수장이 교체된 증권사는 하나대투증권, SK증권, HMC투자증권, NH농협증권 등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자산관리(AM)와 IB로 구분했던 사업부문을 하나로 합치고, 장승철 IB부문 사장이 연임해 통합 CEO를 맡았다. 임창섭 AM부문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HMC투자증권은 김흥제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SK증권은 김신 전 현대증권 사장을 새 수장으로 발탁했다.
NH농협증권은 안병호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안 신임 사장의 임기가 1년인 만큼, 우리투자증권과 합병(M&A) 이후 통합 증권사 사장이 다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5월 3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IBK투자증권 조강래 사장은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임기 만료 시점이 임박하면 연임이나 교체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IBK투자증권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