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한도 조정 등 6개 과제, 6월까지 주무부처 입장 공개
정부가 규제개혁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며 속전속결로 ‘손톱 밑 가시’ 제거에 나서고 있다. 먼저 정홍원 국무총리가 부처간 ‘덩어리 규제’를 직접 풀면서 각 부처가 제시한 규제개혁 49건을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 개선하기로 해 속도전을 내고 있다. 장기논란 과제나 국민공감대가 필요한 규제 완화까지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 자칫 어설픈 규제완화로 더 큰 사회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의원입법에 의한 규제에도 규제비용총량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야권이 삼권 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30일 “각 부처 규제개혁 작업이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정부내 체계적인 규제개혁 추진 틀 구축과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진행상황을 점검하라”고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에게 지시했다. 특히 정 총리는 “덩어리 규제 중 해결이 어려운 과제는 내가 직접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은 규제정책 수립과 시스템 개편을 총괄하고 서비스규제나 경제부처 간 과제는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장관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또 지난 20일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건의된 규제개선 과제 52건 중 13건은 애초 각 부처가 제시한 일정보다 앞당겨 처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부처간 논란이 이는 부가세 면세한도 400달러 상향 추진, 중견기업 가업상속 공제 확대, 렌터카 회사의 운전자 알선영업행위 허용, 재창업 기업 대표자 신용정보조회 한시적 면제 등과 민감한 사안에 반대하는 주무부처의 입장을 6월까지 공개하도록 했다.
또 정부는 해외공관에서의 출입국사실증명서 발급 허용, 장애인 복지카드 재발급기관 전국 확대 등 ‘손톱 밑 가시’ 규제 92건 중 36건을 애초 시한보다 앞당겨 처리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국무조정실은 일부 부처가 의원입법을 통해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관행을 철폐하고자 규제에 수반되는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폐지해야 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의원입법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기재부도 일반법안보다 규제를 푸는 법안을 더 신속하게 처리하는 일명 ‘패스트 트랙(Fast Track)’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법무부 등 관련부처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이 방식을 도입하면 최근 푸드트럭 개조를 허용하기로 한 정부의 입법 개정안 등 규제완화 입법기간이 기존보다 한 달가량 축소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먼저 의원입법에도 규제비용총량제를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며 야당의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또 부가세 면세한도 상향조정은 해외여행이 잦은 부유층에 혜택을 더 주는 것이어서 서민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렌터카 회사 운전자 알선영업행위도 택시운전자들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사회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공감대형성에 시간이 필요한 규제완화까지 정부가 서둘러 속도전을 내는 것은 자칫 사회갈등만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