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원자력법 무산, 누구 책임인가

입력 2014-03-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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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여러 차례 물밑 협상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연계 처리하려는 민주당을 달래기 위해 방송법 중재안까지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원자력법과 함께 방송법 개정안 등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계류 법안 112개를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확인했다.

이 때문에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개막연설은 다소 빛이 바랬다. 전임 의장국 자격으로 연설을 했지만 정작 국내에선 관련 법안 처리가 가로막혀 목소리에 힘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민주당이 원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사에 회사와 종사자 측이 각각 동수로 이뤄지는 편성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으로 위헌 소지가 없지 않다. 종편 대부분이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종편 자체를 ‘적’으로 보고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한 탓이다.

원자력법은 그동안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진전시켜왔다는 점에서 방송법과 연계하려 했던 민주당의 시도는 ‘떼쓰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내용을 떠나 법안심사 과정에서 전혀 엉뚱한 법안을 들이대 연계하려는 시도 자체가 당리당략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원자력법을 포함해 미방위 계류 법안 112개를 일괄 처리하자고 한 것도 사실은 방송법을 처리하기 위한 ‘끼워넣기식’ 꼼수였다. 원자력법 협의 과정에서 보인 민주당의 태도는 다급한 여권의 약점을 잡아 흔든 아주 치사한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책임을 야당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다. 이 법안은 이미 2년 전에 정부가 발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2년 동안 손 놓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를 불과 며칠 앞두고 총리가 국회를 방문해 법안 처리를 부탁하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정도로 시급했다면 진즉 챙겼어야 했다. 전형적인 아마추어 정부다.

새누리당도 정부 얘기를 듣고서야 부랴부랴 3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하더니 야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황당하고 괘씸할 만하다.

여야 사이에 견해차가 없었기에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고, 법안 처리에 무관심하지 않았다는 새누리당의 변명은 더욱 구차해 보인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수많은 법안들이 논의됐지만 원자력법이 시급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강창희 국회의장조차 “(이런 시급한 법안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고 했을 정도다.

법안 처리가 무산된 뒤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 역시 집권여당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야당에 책임을 돌리기 전에 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국민에게 먼저 사과하는 게 맞다. 그러고 나서 늦었지만 4월 국회에서라도 법안이 순조롭게 처리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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