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판교의 봄’은 언제 오나 -정유현 미래산업부 기자

입력 2014-03-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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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춘삼월이지만 게임 업계가 몰려 있는 판교에는 아직 찬 바람이 불고 있다.

통상 3월은 방학 동안 게임을 즐겼던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 게임업계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조용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지난해 게임업계를 흔든 각종 규제의 여파인지, 게임 빅4업체를 뺀 30~40곳의 게임 업체가 입주해 있는 판교테크노밸리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2014년 콘텐츠산업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수출액은 전년보다 15.6% 상승한 34억4289만 달러로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게임은 효자산업이다.

그러나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지난해 발의된 매출의 1%를 거두어 중독예방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손인춘법’, 게임을 일명 4대 중독에 포함시키자는 ‘신의진법’까지 각종 규제가 게임 업계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된 웹보드 규제 후 실질적인 영업을 포기한 곳이 절반을 넘어섰고, 본사 해외 이전설에 힘이 실리며 국내 게임산업이 점차 생명력을 잃고 있다.

네오플의 강신철 대표가 지난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 참석해 “게임업계가 지난 수년간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기준에 역행하는 수많은 규제정책들이 산업을 옥죄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게임산업계의 오랜 불만을 토로하며 관련 규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되돌아온 대답은 셧다운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검토 의사” 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언급을 회피했다. 게임업계는 이에 대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 5대 킬러 콘텐츠로 게임산업을 꼽으며 육성을 외치던 때가 언제였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판교를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정착시키기 위해 판교의 주축인 게임을 천덕꾸러기 취급해서는 안된다. 일부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포기하게 만드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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