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세분화·합리적 조정” vs “관람객 많은 시간대 더 올려”
CJ CGV는 지난달 24일부터 일부 극장에 한정해 시행했던 영화 관람료 정책의 다양화를 선언하고, 조조와 일반으로 구분됐던 시간대를 조조(오전 10시 이전), 주간(오전 10시~오후 4시), 프라임(오후 4시~밤 11시), 심야(밤 11시 이후)의 4단계로 세분화했다. 시간대에 따라 2D 영화는 5000~1만원, 3D 영화는 8000원~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또 2D 영화의 경우 최대 1000원 상향 조정한 반면, 3D 영화는 최대 2000원 낮춰 2D영화와의 격차를 줄였다.
CJ CGV의 발표가 있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롯데시네마 역시 비슷한 골자의 영화 관람료 변경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3D 영화 인하 금액에 있어 1000원의 차이만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이로써 지난 2009년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 14%에도 동결됐던 영화 관람료가 무려 5년 만에 큰 변화를 겪게 됐다.
CJ CGV는 “영화가 ‘일상적 문화생활’로 자리 잡고 지역별, 성별, 연령대별 관람 유형이 다양해지는 추세에 맞춰 가격 체제를 세분화했다. 향후 상영 환경 조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90년대 5000~6000원이었던 영화 관람료의 1만원 시대가 열린 지금 “소비자 물가의 상승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 책정”, “신규 영화관 도입에 따른 투자비 증가”, “3D 등 특수관 요금의 대중화”,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라는 것이 멀티플렉스의 설명이다. CJ CGV는 “일괄적인 가격 책정보다 관객의 입장을 더 고려한 세분화된 정책이 관객과 극장의 윈윈(Win-Win)을 가능케 하고, 영화산업의 다양성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멀티플렉스의 잇속 차리기라는 주장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관람객이 많은 시간대 요금을 인상하고 관람객이 적은 시간대 요금을 인하였으므로 요금 인상률은 더 높게 나타날 것이다. 국내 영화요금은 영화산업이 가장 발달해 있는 미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영국 조사기관 스크린다이제스트 집계 결과(2013년 평균)에 따르면 미국의 영화관 입장료는 8.13달러(한화 약 8500원)다. 일본은 15.61달러(약 1만6000원)이며 유럽은 평균 8.85달러(약 9400원)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소득수준(1인당 GDP) 대비 영화 관람료 비교에 따라 우리 영화 관람료가 미국 영화 관람료의 18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영화 산업계는 환영이다. 영화 제작자들은 관객 증가로 얻은 수익이 과거처럼 멀티플렉스 소유 대기업에 쏠려선 안 된다고 성토하면서도 영화 관람료의 인상은 영화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용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교수는 “그동안 영화관 입장료가 너무 오랫동안 동결됐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큰 폭의 인상은 아니더라도 (영화계) 숨통은 트일 만큼 여지를 줘야 한다. 물론 부율 등 산업 전반적인 노력이 전제된 인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