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아빠, 저 나무 왜 우물에 갇혔죠?"

입력 2014-03-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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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가드닝

일곱 살 아들의 다리에 힘이 부쩍 들어갔다. 태권도장에서 칭찬 스티커를 받았다고 자랑을 해서 무엇 때문에 받았냐고 물어보니 발차기를 잘해서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그래서 손바닥을 대보니 고함인지 기합인지 모를 이상한 소리와 함께 발차기를 하는데 손바닥이 제법 아려왔다. 때리는 힘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은데, 지구력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가까운 동네 뒷산에 가기로 했다. 신나게 앞장서서 걸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걷는데, 갑자기 아들이 뒤돌아 뛰어오면서 내 손을 잡아끈다. 그리고 새로 식재된 나무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저 나무는 왜 우물에 갇혔냐고 물어본다.

사진에 보이는 식재지는 과거 묘지가 있었던 자리로 보인다. 묘를 이장하고 관리 차원에서 나무를 식재한 곳인데, 아들 눈에는 주변 석축으로 인해 나무가 우물 안에 있는 것으로 보였나 보다. 비록 과거 묘지였지만, 혹은 묘지가 아니었다 해도 석축이 아니었으면 저 정도의 경사지에는 성목을 심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교목의 경우는 1:2 이상의 경사만 있어도 식재 부적지다. 왜냐하면, 식재 후 약간의 문제(산사태, 강우에 의한 쇄굴 등)만 생겨도 뿌리분이 흔들리거나 뿌리가 공기중으로 노출돼 고사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재지 주변으로 성토나 절토를 해 경사를 완만하게 한 후 식재해야 수목의 활착률을 높일 수 있다.

기존 수목 주변으로 성토나 절토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토를 하는 경우 계획고가 기존 지반보다 높아져 수목의 밑둥이 흙에 묻히게 되면 이로 인하여 뿌리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고사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이의 대책으로 수관폭의 1/2~3, 4만큼은 남겨두고 그 주위로 수목의 밑둥이 흙에 묻히지 않도록 비탈면이나 석축등을 조성해 수목에 공기나 수분, 양분 등이 잘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또 수목 주변으로 절토를 하는 경우 기존 수목의 뿌리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수목의 수관폭 아래 부분은 지형 변화를 최소화하고 깎은 부분은 완경사면이나 석축을 조성해 토사 유출을 최소화한다. 또 수목을 보호하기 위해 절토 높이는 1.5m 이하로 해야 한다.

이렇게 기존 수목 주변으로 성토나 절토를 해 나무 수세에 손상을 끼쳤을 경우 수목 상태를 봐 가지치기, 약제 살포, 수간 주사, 방진막 설치 등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밖에 배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기존 수목 주변으로 유공관이나 통기관을 설치해 뿌리 호흡을 돕고 토양의 보습성을 높여 나무의 활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나무 주변에 있는 돌들은 나무 주변 땅들을 편편하게 해 주려고 둔 것이란다. 민재도 땅이 기울어져 있으면 서 있기 힘들잖아. 나무도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비가 왔을 때 나무 주변의 흙들이 휩쓸려 나가 뿌리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아빠, 저 나무는 저번에 알려 주었던 나무 목발이 있는 것으로 봐서 심은 지 얼마 안 되었나 보네요. 히히. 나 잘 알죠.”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제법 대화가 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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