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중국의 ‘별그대’에 대한 반응을 흐뭇하게 듣기 마련일 게다. 실로 그럴 만한 일이다. 연일 보도되는 중국의 한류바람은 한 치도 과장된 게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또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과거 드라마 한류 이후 주춤했던 분위기에서 K팝이라는 제2의 한류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콘텐츠 경쟁력도 경쟁력이지만 유튜브나 SNS 같은 새로운 유통채널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이 ‘디지털 네트워크’가 있어 국내에서의 활동만으로도 비스트나 소녀시대 같은 K팝 아이돌 그룹은 지구 반대편의 남미에서도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중국의 한류 바람 역시 콘텐츠 이전에 새로운 유통 채널이 있었다. 그것은 인터넷 업체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중국에서의 현재 한국 드라마 소비는 음성적인 것이 대부분일 거라는 점이다. 하지만 ‘상속자들’이나 ‘별그대’의 중국 내 열풍은 음성적인 게 아니라 인터넷 업체에 콘텐츠 판권을 판 정상적인 결과다. SBS는 유독 이 새로운 유통 채널에 앞장선 면이 있다.
기존 드라마 수출 채널인 위성채널이나 지상파에서 목표를 인터넷 업체로 돌린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광전총국(우리의 방통위에 해당)은 외국 드라마 수입의 규제조항이 있는 반면 인터넷은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별그대’처럼 외계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수입될 수가 없다. 따라서 ‘별그대’는 광전총국의 심의를 받지 않는 ‘베이징 행복 영사 매체’에 판매돼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방영되었던 것. 결국 ‘별그대’의 중국 열풍은 방송사가 아니라 인터넷 열풍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 측에서 규제보다는 자국 문화에 대한 자극으로 ‘별그대’를 거론한 것은 위성채널과 달리 인터넷은 통제가 쉽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유통채널과 함께 콘텐츠적으로도 중국인들이 ‘상속자들’이나 ‘별그대’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국가주의적 영웅을 내세우는 여전히 사회주의적인 외형을 갖고 있는 중국 내에 자본주의 물결이 침투하면서 생겨나는 소시민적이고 개인적 영웅상에 대한 중국인들의 판타지다. 이것은 최근 들어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정서다. ‘상속자들’의 김탄(이민호)이나 ‘별그대’의 도민준(김수현)은 모두 엄청난 부 혹은 능력(심지어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지만 그 능력을 국가를 위해 쓰기보다는 개인(적 사랑)을 위해 사용한다. 이 설정은 이들 우리네 드라마가 가진 강력한 멜로와 함께 중국인들로 하여금 심정적 판타지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우리 드라마의 중국 열풍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정치권에서조차 우리 드라마를 거론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중국의 방송계에서는 우리의 ‘방송 노하우’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있어 왔다. MBC ‘아빠! 어디가?’의 중국 열풍은 단지 콘텐츠의 성공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능력의 전수가 이뤄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노하우를 습득한 중국이 앞으로도 우리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내의 드라마 제작 현실이나 막장드라마 같은 왜곡된 시청률 편향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중국의 지속 가능한 한류를 그저 장밋빛으로만 바라보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자부심은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 자부심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고하게 하는 노력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