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정보를 기관 투자자들에게 미리 유출한 CJ E&M과 이 정보로 펀드매니저의 손실 회피를 도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검찰에 고발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2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CJ E&M 기업설명(IR) 담당 팀장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CJ E&M의 IR 담당 팀원 2명과 애널리스트 1명은 검찰에 통보됐다.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도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KB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에 기관경고가, 우리투자증권에는 기관주의 조치가 부과됐다. 증선위는 기관경고를 받은 증권사 3곳과 CJ E&M 법인도 검찰에 고발했다.
통상 증권사가 기관경고 조치를 받으면 3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최대주주 자격이 제한돼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자회사 설립 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CJ E&M은 작년 3분기 실적을 공시하기 전인 10월 16일 일부 애널리스트들에게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알려줬다. 악재성 정보를 미리 흘려 주가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였다.
당시 주식시장의 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0억원을 넘는 상황이었으나 CJ E&M의 IR담당 직원들은 실제 영업이익을 예비집계한 결과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통보했다.
해당 애널리스트들은 이 정보를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했고 펀드매니저들은 이 회사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당일 주가가 9.45%나 급락했다. 주가 하락의 피해는 대부분 개미 투자자들이 떠안았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공매도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상장사 IR 담당자→애널리스트→기관투자자(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 유착 관계를 적발해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주고받는 공공연한 관행 탓에 개미만 피해를 본다는 문제가 줄곧 제기됐지만, 아직 처벌 대상으로 오른 적은 없었다.
증권업계는 이번 제재를 계기로 증권가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가 속속 처벌 대상에 오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미공개정보 이용과 관련한 비슷한 사건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법률상 제약으로 펀드매니저들이 처벌받지 않았지만, 2차 정보수령자인 펀드매니저를 제재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정보와 관련한 증권범죄 처벌 대상을 정보 유출자(CJ E&M 직원)와 1차 정보 취득자(애널리스트)로 한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7일 열린 업무설명회에서 '애널리스트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올해 중점 감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