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막으려면…CEO들 단기 성과 보다 시스템 투자에 눈 돌려야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는 허술한 금융시스템 체계를 단적으로 노출시켰다. 금융권 전체가 초보적 내부 범죄까지도 걸러낼 수 있는 상시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금융회사 관행 등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형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금액이 큰 대출의 경우 이중, 삼중으로 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각자 맡은 업무에서 책임을 분명히 지는 문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업무의 필수인 ‘더블체크(재확인)’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한 금융권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은 있지만 작동이 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금융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갖는 동시에 도덕불감증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내부통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더라도 지속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CEO들이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투자나 직원교육을 허술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리하게 실적을 올리려다 보니 이런 점을 이용한 사기가 횡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 안전성과 거래 관계를 중시하는 쪽으로 풍토가 바뀌고 CEO의 경영 연속성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강력하게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선진화된 보안시스템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보안시스템은 아무리 암호화해도 내부자나 용역직원이 비밀번호를 다 풀 수 있는 구조”라며 “다른 차원의 보안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사이버 내부자 위협이라고 하는 국가 차원의 보안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내부자의 행동패턴을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으로 정상적 패턴과 다른 행동이 감지되면 이상행위로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김 교수는 “미국도 현재 시스템의 개발 단계로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라면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도 빅데이터 기술과 함께 선진화된 보안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