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제2 벤처 붐은 코스닥 독립에서

입력 2014-03-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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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인 제2 벤처 붐의 핵심은 바로 코스닥 독립이다. 코스닥의 역할은 벤처생태계 선순환의 연결고리다. 벤처생태계는 투자시장과 회수시장의 순환으로 형성된다. 회수시장의 정비 없이 자금 공급만 확대하는 것은 마치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않는 것과 흡사하다. 4조원의 투자보다 코스닥을 통한 생태계 조성이 훨씬 더 시급한 정책이다.

지금도 투자시장은 자금의 공급보다는 수요가 문제다. 현장에 있는 엔젤투자가들은 투자할 마땅한 기업들이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수 인력들이 창업을 외면한 결과다. 우수 인력들이 벤처에 뛰어드는 이유는 코스닥을 통한 꿈의 실현에 있었다. 그런데 그런 꿈이 사라진 것이다. 코스닥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코스닥은 벤처기업협회의 주창으로 1996년 5월,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패러다임 아래 주식회사 코스닥으로 설립됐다. 시작은 초라했으나 미증유의 위기였던 IMF 사태를 거치면서 불법복제 단속 등 벤처 진흥책이 나온 1998년부터 급성장, 2000년에는 거래 금액이 증권거래소를 넘어서게 됐다. 일본에 앞서 미국 나스닥에 이은 세계 2위의 벤처 금융 시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2000년 초까지 코스닥은 수많은 벤처기업을 상장시키면서 자금의 젖줄 역할을 해왔고 투자가들은 수익을 실현해갔다. 코스닥이 벤처 붐의 선순환 고리였다.

그러나 2001년 미국 IT버블 붕괴와 동일하게 한국에도 벤처 버블 붕괴가 일어났다. 당시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국내적 요인으로 오해하고 강력한 벤처 규제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치명적 벤처 규제정책은 코스닥과 코스피의 통합이었다. 투자자 보호라는 코스피의 사상과 고위험·고수익이라는 코스닥의 사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회수 시장을 억지로 묶은 결과는 2002년 120개가 넘는 코스닥 상장 기업 수가 10년 후인 2012년에는 연간 20개 수준으로 추락하고 평균 코스닥 상장 소요 기간이 7년에서 14년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천억 벤처 수는 10개 미만에서 416개로 증가했다. 벤처산업계의 몸집은 증가했는데 회수시장은 위축되면서 벤처 생태계 전체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코스닥은 코스피의 2부가 되면서 고위험·저수익 시장이 되고, 투자자들은 벤처를 떠나기 시작했다. STIC, Skylake 등 벤처 투자를 목표로 했던 선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벤처보다는 구조조정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황폐해진 코스닥에는 단기적 이익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이 들끓게 됐다. 결과적으로 코스닥은 투자자 보호도 하지 못하는 왜곡된 시장으로 쇠락했다.

세계 신흥시장들은 미국의 나스닥, 영국의 AIM, 한국의 코스닥 등이 있다. 이 중 코스피와 같은 전통 거래시장과 통합 운영되는 곳은 한국뿐이다. 또 하나의 금융 갈라파고스인 것이다. ‘투자자 보호’라는 패러다임의 전통 금융시장과 ‘고위험·고수익’이라는 패러다임의 이머징(Emerging) 금융시장은 근본적 가치관의 차이로 통합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제 또 하나의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제2의 벤처 붐이 가능해진다.

적자 상장 허용 등 부분적 제도의 보완으로 코스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코스닥 문제의 본질은 지배구조다. 금융당국에서는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하나의 거래소 안에 코스닥과 거래소를 관장하는 별도의 이사회를 두겠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코스닥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코스닥위원회는 법적으로 거래소 이사회에 대등한 자격이 아니라 하부 자문기관일 뿐이다.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집행부의 선임권한이 없다. 이러한 제약에서 제1차 벤처 붐을 복제할 코스닥의 부활은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다. 코스닥은 지금이라도 최초의 설립정신으로 돌아가 주식회사 코스닥으로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창조경제 3개년 계획의 핵심인 제2의 벤처 붐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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