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

입력 2006-04-24 13:34수정 2006-04-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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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어느덧 56개 계열사 진두지휘...재계 15위 등극

'1월 한국케이블TV충남방송 및 모두방송 인수, 2월 삼호 F&G인수, 3월 싱가포르 글로벌 물류회사 어코드 및 영남방송 인수, 4월 드림씨티 인수...'

‘삼성가의 불운한 장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세(勢)불리기가 무서울 정도다.

삼성창업주인 ‘고 이병철회장의 장손’인 이 회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한 달에 한번 꼴로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면서 계열사를 56개나 거느리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93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할 당시 5개사에 불과했던 CJ를 57개를 거느린 재계 순위 15위의 공룡으로 키웠다.

지난 94년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뒤 침묵을 지켜오며 은둔하다시피 하던 이 회장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몸 부풀리기에 나선 것.

현금 보유액을 비롯한 가용자금이 2조~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CJ는 이제 대한통운 인수에도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재계일각에선 “삼성과 계열분리하면서 이건희 회장과 일정 거리를 뒀던 이재현 회장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룹을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장의 기업 사냥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재계의 시각이 팽배하다. CJ측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고, 후보군에 올려진 기업들이 많아 추가인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대중 CJ부사장(경영지원실장)은 "CJ가 현금을 포함한 동원할 가용자금이 적게는 2조원에서 많게는 3조원에 이른다"며 "미래 성장 분야 진출을 위해 신(新)사업 창출, 인수합병 기회도 놓치지 않고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이재현 회장이 가장 눈독들이고 있는 물건은 ‘대한통운’이다. CJ의 물류계열사인 CJ GLS를 통해 대한통운 인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에 그토록 갈망하는 이유는 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에 이어 신유통(홈쇼핑/물류)으로 그룹의 4대 주력분야로 세워났기 때문이다. 이 신유통분야에서 굵직굵직한 회사들의 M&A를 노릴 수밖에 없다.

◆ CJ GLS, 이재현 회장의 돈지갑

물론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내부적으로는 CJ GLS의 몸집 불리기는 사실상 이 회장의 개인 돈지갑을 부풀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38개 택배터미널과 전국 31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한 CJ GLS 지분 73.99%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지분가치만 1000억원이 넘는 이 회사는 비상장사로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개인 회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 회사는 2004년과 2005년 2차례에 걸쳐 총 34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가운데 25억원이 이 회장의 손에 들어갔다.

따라서 대한통운의 인수로 CJ GLS의 몸집이 커질수록 이 회장의 돈지갑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매출이 CJ그룹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CJ GLS의 입장에선 대한통운의 인수를 통해 거래처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이 세 불리기에 나선 속사정은 또 하나있다.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각광을 받았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지난해 초 사실상 누나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에게 건네줬기 때문이다.

이미경 부회장의 갑작스런 컴백으로 ‘있지도 않았던(공식적으로 CJ그룹에 부회장 직함이 없다)’ 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 담당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만든 헤프닝도 벌이도 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로써 영화제작 투자?배급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와 극장업체 CJ CGV, 음악채널 m.net 등을 갖고 있는 CJ미디어 등 CJ그룹의 핵심 차세대 사업인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분야를 맡으며 그룹내의 확실한 2인자로 급부상 했다.

따라서 4대주력분야 중의 하나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사실상 누나에게 인도한 이 회장의 입장에선 다른 분야에 대한 몸집 키우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재현 회장이 세 불리기에 나선 속사정은 또 하나있다.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각광을 받았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지난해 초 사실상 누나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에게 건네줬기 때문이다.

이미경 부회장의 갑작스런 컴백으로 ‘있지도 않았던(공식적으로 CJ그룹에 부회장 직함이 없다)’ 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 담당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만든 헤프닝도 벌이도 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로써 영화제작 투자?배급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와 극장업체 CJ CGV, 음악채널 m.net 등을 갖고 있는 CJ미디어 등 CJ그룹의 핵심 차세대 사업인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분야를 맡으며 그룹내의 확실한 2인자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4대주력분야 중의 하나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사실상 누나에게 인도한 이 회장의 입장에선 다른 분야에 대한 몸집 키우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영토확장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년에 걸친 ‘세 불리기’에서 이렇다할 성공사례를 만들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 사업의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 회장은 기업활동을 잘해서 돈을 조달하기보다는 유가증권, 부동산, 기업 등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지난 2000년 생수사업 스파클을 정리했고 2001년 음료사업부문을 롯데칠성에 팔았다. 제일선물과 CJ엔프라니(화장품회사)를 각각 243억과 136억을 받고 팔았다. 이전에 하나로 통신에게 드림라인을 매각하면서 356억원을 보유하디고 했다.

◆ 부동산 매각을 통해 종자돈 마련

그러나 가장 큰 캐시카우는 역시 부동산매각 대금.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부산 서면의 알짜배기 땅을 매각하여 1100여억원의 씨드머니를 마련했고 이어 2004년는 서울 중심의 노른자위 땅인 용산부지를 673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밖에 유가증권 매각으로도 483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렇게 모은 현금만 250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든든한 현금 줄은 바로 기업사냥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순리였다.

재계에서 이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CJ의 ‘몸집 키우기’가 한번의 쓴잔을 마시고 난 후 절치부심(切齒腐心)속에서 이뤄진 점 때문이다. IT벤처광풍이 몰아치던 2000년. 재벌가 3~4세의 젊은 황태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e-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보았다.

이 회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초고속 인터넷 망 사업체인 드림라인의 회장을 직접 맡아 진두지휘했고 인터넷 포털인 드림엑스를 런칭시키며 의욕적으로 e-비즈니스를 추진했다. 하지만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던 드림라인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 2002년 하나로 통신에 356억원이라는 헐값에 팔렸다. 드림엑스 역시 하나포스로 바뀌진 오래다.

벤처열풍에 편승에 시작했던 창투사사업도 흐지부지한 상태이다. 2000년만해도 창투사 드림디스커버리(현 CJ창투)를 통해 270억에 인터넷 제국, 팜스넷 등 25개 벤처기업에 투자했지만 종이에 불과한 기업들로 전락한 벤처가 대다수다.

현재 CJ창투는 IT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영화와 뮤지컬에 대한 투자로 전환한 상태이고 대표이사, 심사역, 그리고 사무직을 포함하여 총 9명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황우석 교수의 연구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높아지면서 CJ창투는 30억원 전액을 CJ가 출자한 'CJ창투8호 바이오투자조합'(CJ 바이오펀드)를 설립하면서 재기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황교수의 논문 시비가 불거지면서 현재는 투자처를 물색하는 정도이다.

이러한 과거의 아픔들 때문에 이 회장이 그리고 있는 삼성에 버금가는 재벌 명가의 도약이 단순히 꿈에 불과할지 아니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져 삼성에 이어 신공룡이 탄생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CJ 인수합병 일지

2000년 2월- 해찬들 지분 50% 인수

5월- 39쇼핑 인수(현 CJ홈쇼핑)

10월- 한국케이블TV 경남방송 인수

12월- 한국케이블TV 마산방송 인수

2002년 7월- 한국케이블TV 금양방송 인수

8월- 중부산케이블TV 인수

12월- 삼양유지사료 인수

2003년 3월- 한국케이블TV 해운대기장 방송인수

2004년 1월- CJ(주), 신동방 인수

3월- CJ(주), 한일약품 인수

4월- 플레너스(현 CJ인터넷) 인수

2005년 11월- 美 내추럴푸드업체 애니천 인수

12월- 해찬들 지분 50% 추가 인수

2006년 1월- 한국케이블TV 충남방송 인수

한국케이블TV 모두방송 인수

2월- 삼호F&G 인수

3월- 싱가포르 글로벌 물류회사 어코드 인수 영남방송 인수

4월- 드림씨티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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