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져서 포로가 된다면

입력 2014-02-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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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대학발전추진단장ㆍ아시아 중소기업협의회 회장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일은?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져서 포로가 되는 일이다. 이런 억울한 일이 있을까? 왜 나 홀로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전쟁의 포로가 되고 만 것일까? 큰 것에 지고 작은 것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영화 ‘관상’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주인공이 “나는 파도만 보고 말았다.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인데…”라고 후회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김종서가 왕이 되지 못한 이유다. 그는 ‘개체선택론(전투)’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집단선택론(전쟁)의 장(플랫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종서는 훌륭한 개인이었지만 최고의 신하였다. 그는 플랫폼를 만들지 못했다. 수양대군은 한명회가 만든 플랫폼에 올라타 집단선택론의 승자가 되었다.

결국 플랫폼을 모르면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우를 범하기 쉽다. 누가 적인지 잘못 알았기 때문이다. 생태계 싸움에서 전후방 가치사슬은 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다. 경쟁전략의 시대에서 협력전략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 디바이스(Device)의 전투가 아니라 생태계(Ecosystem)의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옛날에는 구매선택에서 어떤 제품인가 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어느 시장·백화점(플랫폼)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에서 구매를 선택하기 때문에 플랫폼에 올라와 있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기 어렵다.

어느새 우리의 일상생활 그 자체가 플랫폼과 생태계의 틀 속에 들어와 있다. 나는 더 큰 플랫폼의 구성원일 수밖에 없고, 나 또한 나를 중심으로 또 다른 작은 플랫폼을 운영해가고 있다. ‘오늘 남대문시장에 갈 것인가, 백화점에 갈 것인가’ 하는 것은 플랫폼 선택 과정이다.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더 좋은 친구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나의 플랫폼을 운영해가는 과정이다.

전자는 내가 어떤 플랫폼에 올라 탈 것인가 하는 전략이고, 후자는 어떤 사람을 우리 플랫폼에 올려놓을까 하는 것이다. 플랫폼 전략에서는 이를 각각 사용자 전략과 운영자 전략이라 부른다. 전자는 플랫폼 편승론이고, 후자는 플랫폼 개조론이다. 이만큼 우리네 인생과 우리기업의 성과는 플랫폼과 생태계전략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만큼 플랫폼 용어도 진화하고 있다.

1단계 플랫폼은 부품을 모으는 단계이다. 자동차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이다. 자동차제조는 플랫폼 싸움이다. 어떤 부품을 올릴 것인가? 어떤 플랫폼을 설계할 것인가의 싸움이다.

2단계 플랫폼은 사람을 모으는 단계이다. 어떤 사람과 함께 해나갈 것인가, 킬러콘텐츠를 위해 양질의 구성원들을 모아 생태계로 만들어 고객에게 끊임없는 뜻밖의 재미(serendipity)를 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싸움이다. 사람의 플랫폼일수록 구성원 관리가 필요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도록 플랫폼의 구성원의 질을 관리해야 하고 규칙을 제정하여 물관리를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생태계가 진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씨앗이 뿌려지고 지속적으로 수확되도록 가꾸어 가야 한다.

생태계 전략에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플랫폼 위에 기업들은 ‘Company(친구)’라는 의미다. 개별기업들은 ‘Passion(열정)’이 있어야 하지만 친구를 위한 ‘Com+Passion(Compassion:연민과 배려)’도 있어야 한다. 플랫폼 속에는 개인의 열정의 전략만큼 구성원간 연민과 협력전략도 필요하다. 구성원들간 소통의 기회도 자주 만들어야 한다. 워크숍이란 소통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곳이다. 마음이 바뀌면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플랫폼의 콘텐츠가 진화되고 사람이 몰린다. 플랫폼에 부가 쌓이기 시작한다.

나는 어떤 플랫폼에서 일하고 있는가. 나의 플랫폼은 어떻게 운영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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