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 14시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합의사항 없이 끝났다. 자정까지 이어진 양측의 협상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는데 그쳤고, 이산가족 상본의 성사 여부는 또다시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
남북은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첫 고위급 전체회의에서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 않은 채 협상을 이어갔다. 수석대표간 대화를 갖기 전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서로 관심사를 설명하고 입장을 경청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3시간 가량 정회를 가진 이후 수석대표 접촉을 2차례 연달아 가지며 본격적으로 쟁점 협의에 나섰다.
‘탐색전’ 성격이 강한 이번 만남은 특별한 쟁점의 이견을 좁히기 보다 상호간 의제를 제시하고 의견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 때문에 기대를 모았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역시 확답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양측이 진지한 분위기에서 상호 관심사를 경청했다고 전했다.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원만하게 치르도록 노력하자고 요청했다.
북측의 요구는 지난달 16일 발표한 ‘중대제안’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상호 비방·중상을 중단하고 적대행위 중지를 통해 관계발전을 이룰 것, 그리고 핵재난을 막깅 위한 현실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북측은 회담을 비공개로 하고 언론에도 내용을 알리지 않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의 첫 남북 고위급 대화인 만큼 우리측 대표단은 물론 이를 지원하는 외교·안보 당국자들도 접촉 진행 상황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려는 자세를 보였다. 그동안 남북간 실무접촉이나 회담마다 공개하던 양측 수석대표의 환담 내용조차 배포되지 않았다.
한편 오후 11시35분 연락관을 통해 회의 종료에 양측이 합의하자 북측 대표단은 자정을 넘긴 시각에 판문점을 떠났다. 남북회담 때 별다른 합의사항이 없더라도 종결회의를 열어 악수를 나누고 공식적으로 대화를 끝맺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