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아는 우리 식탁에 흔히 오르는 대파로 추정된다. 오늘날에도 대파는 파의 밑줄기 부분을 흙으로 장기간 덮어 하얗고 부드럽게 재배하여 먹는다. 이렇게 재배한 대파는 매운맛과 더불어 단맛이 더하여 훨씬 더 풍미가 높아지게 된다. 또한 신감채는 승검초라고도 하고 참당귀를 일컫는다. 역시 동일한 동국세시기에 "움막 속에 기른 참당귀의 어린 싹을 신감초(辛甘草)라 하며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입춘(立春) 때 대궐에 진상한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신감채는 “깨끗하기가 은비녀 같으며 꿀에 찍어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고 구체적인 식용 방법까지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오늘날 참당귀에 대해서 한방에서 사용하는 생약으로만 알고 있지만 예전에는 각종 음식 재료로 널리 사용되었던 식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말엽 여성들의 살림살이 교본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참당귀의 조리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봄에 연한 줄기를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쇠고기 안심살 산적과 함께 꿰어 양념을 발라 구우면 맛이 좋다”고 하였다. 참당귀와 맛과 향이 아주 비슷하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셀러리라는 채소가 있다. 셀러리는 참당귀와 동일한 산형과의 식물이고 줄기와 잎을 연화재배하여 날것으로 먹는 채소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산속에서 웃자란 참당귀의 줄기를 씹어보면 입안에 감도는 향긋한 향기와 맛은 셀러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참당귀 이외에도 깊은 산속을 더듬고 다니는 약초꾼들 사이에서만 은밀히 전해지고 있는 맛있는 자생식물도 있다. 궁궁이, 어수리, 구릿대 등과 같이 굵고 키가 큰 산형과 식물의 어린 줄기는 약초꾼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산나물이다.
식물이 햇빛을 쬐지 못하면 엽록소가 생성되지 않아 조직이 하얗게 변하고 웃자라게 되어 연하게 변한다. 그러므로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호를 위해 콩나물, 대파, 아스파라거스, 셀러리 등의 채소는 인위적으로 햇빛을 차단하여 재배하고 있다. 옛날 문헌을 더듬어 보면 우리 선조들은 채소류의 질긴 섬유질을 부드럽게 하고 맛과 식감을 더하기 위한 연화재배법을 일찍부터 이용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주변에서 자라는 수많은 식물자원을 적절히 식용하였던 것 같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다양한 기호를 맞추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많은 종류의 채소류 종자가 수입되고 현대적 재배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다양성이 요구되는 현재에 이르러 잊혀졌던 우리의 자생식물 먹거리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싶다. 는쟁이냉이, 참당귀 이외에도 우리의 산야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식용식물 자원이 널려 있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먹고 있는 샐러드 접시에 우리 식물이 함께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