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됐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을 30%까지 늘린 녹십자가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경영권 다툼이 현실화 되자 일동제약의 주가는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뛰었다.
24일 일동제약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임시 주주총회을 개최했다. 의결주식수 2343만여주의 93.3%인 2186만여주가 참석했으며, 참석주주의 54.6%만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안건에 대해 찬성해 해당 안건이 부결됐다.
일동제약의 지분 29.4%를 보유한 녹십자가 반대하는 등 참석주주의 45.4%가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했다. 일동제약 정관 상 지주회사 전환 안건은 참석 주주(위임장 포함)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예탁결제원 대리인을 통해 주총에 참석한 피델리티(지분율 9.99%)도 녹십자의 편에 서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는 지난 16일 개인주주 이호찬 씨의 지분 12.57%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29.36%로 늘리고,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녹십자가 적대적 M&A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동제약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오너측의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변하는데 이를 막은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녹십자의 일동제약 지분율은 29.36%로 윤원영 회장 등 현 경영진 지분 34.2% 보다 4.8% 포인트 작다. 따라서 피델리티의 지분만 매수해도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또 장내에서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수도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녹십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63억원이다. 반면 일동제약 경영진은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 되면서 일동제약 주가는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뛰었다. 24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일동제약은 전일대비 14.90%(2250원) 오른 1만7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녹십자가 일동제약과 합병에 성공할 경우 제약 업계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은 8800억원, 일동제약은 3700억원으로 추산돼 연매출 1조2000억원대로 제약 회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