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한국은행의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외국계 투자은행(IB) 간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가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보고서를 낸 이틀 후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가 동결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두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발표할 때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과연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의외의 비둘기파(통화 확장을 선호하는 성향)적인 방향 전환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화 절상, 시중금리 상승, 증시 약세 등으로 한국 금융권이 너무 빨리 긴축 쪽으로 바뀌고 있어 경기회복 추진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로 목표 범위를 훨씬 밑돈데다가 올해 정부 예산안도 작년에 비해 완만히 긴축적이어서 추가적인 통화 확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금리 동결, 하반기 금리 인상을 점쳐온 골드만삭스의 기존 전망을 뒤집은 것으로 보고서를 공개한 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2원 상승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은 출신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8일 한은이 올 3분기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는 수출, 고용 등 국내 거시 경제지표가 상승세이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외환시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 대외 변수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강세에 제동을 거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두 이코노미스트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한 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엇갈린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기 보다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내용과 타이밍이 상당히‘이례적’인 것에 노무라증권이 반박한 것으로 봐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금 미국과 일본은 제로금리 수준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하고 있다”며 “우리도 기준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