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인사 해프닝이 단지 오해라고?

입력 2014-01-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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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1급 공무원 전원 사표 제출이 새해 벽두부터 개각설로 이어지면서 관가를 뒤흔들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서둘러 오해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대통령 최측근인 유정복 안정행정부 장관까지 가세한 이번 고위공무원 인사 문제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이번 인사 해프닝은 결국 그동안 제기됐던 정부 컨트롤 타워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

애초 국무총리실 1급 공무원 10명 전원 사표 제출이 알려졌을 때 국무총리실에서는 공직사회 분위기 쇄신과 공직기강 확립 차원이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총리실 발 1급 인사 후폭풍이 다른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개각설로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자 정 총리가 ‘오해’라고 말 바꾸기에 나선 모습을 연출했다. 주무장관인 안행부 장관이 “공직 철밥통을 깨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했던 것과 대조적이어서 여전히 부처 간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을 보였다.

유 장관이 “공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깨야 하지만 굳건한 철옹성 같아 쉽지 않다”고 한 발언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다르게 말하면 유 장관의 지난 1년 동안 공직사회 다잡기가 실패했다는 의미다. 그 실패의 책임을 1급 공무원들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크다.

또 이번 인사 파장에서 장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1급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난이 커지자 슬그머니 ‘오해’라며 없던 일로 해 공직사회의 혼선만 일으켰다. 매번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기 전 언론에 미리 흘려 분위기 파악을 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발표하고, 여론이 좋지 않으면 검토한 바 없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이번에도 답습하는 모양새다. 결국 장관들이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안 지겠다는 오해만 불러일으킨다.

이번 인사 해프닝으로 지난주 정부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이면 고위공직자 인사와 개각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술렁거렸다. 1급 공무원 교체가 예견된 일이라고 성토하는 공무원들도 많았다. 과거 행정고시가 적절한 인원 계획 없이 뽑다 보니 현재 1급 공무원들 대다수가 기수 동기가 적어 큰 경쟁 없이 올라온 세대라는 것이다. 능력보다는 사람이 없어 1급이 된 고위공직자가 많아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공직사회 스스로 대폭의 물갈이 인사가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길 만큼 현재 대대적인 공직 인사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존재감 없었던 1기 경제장관들의 교체도 필요하다. 분명 일부 여론에 밀려 일 잘 하고 있는 장관들까지 교체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가 있는 일부 내각의 교체가 이뤄져야 공직사회의 분위기 쇄신이 나올 수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히 옥석을 가려야 한다. 장관들도 대통령 입만 바라보며 서로 엇박자를 내기보다 공직사회 인사 쇄신을 주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비겁하게 언론에 흘려 간을 보다가 비난이 흐르자 ‘오해’라고 슬그머니 발을 빼기보다 과감하게 인적 쇄신을 할 부분은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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