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 새로운 공격수 보강이 있을 것이다. 지동원이 독일로 돌아오길 바란다. 올시즌을 끝으로 그는 선덜랜드와의 계약이 끝난다. 본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지동원은 이미 도르트문트와 합의를 마쳤고 1월에 공식적인 발표를 할 것이다.”
지동원의 이적에 대해 빌트지가 보도한 내용의 전문이다. 겨울철 이적시장을 통해 팀에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빌트는 미하엘 초르크 단장의 “(1월 중 합류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내용만 인용했다.
빌트지가 보도한 내용만으로 놓고보면 지동원의 도르트문트 합류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그밖의 어떤 현지 언론도 지동원의 도르트문트행을 보도한 곳은 없다. 국내는 물론 독일 현지에서도 모두 당시 빌트지의 짧은 보도만 인용했을 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 것은 없다.
현 상황에서 이 보도만으로 지동원의 도르트문트행이 확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2일 현재 그 어떤 후속기사도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적기간을 전후해 이 같은 보도가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때문에 이적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지동원의 도르트문트행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는 없다.
이적 확정 혹은 불발 등의 문제는 뒤로하고 지동원이 이적한다면 도르트문트에서 재도약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 혹은 도르트문트에게 지동원이 정말 필요한 존재인지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르트문트는 지동원 뿐만 아니라 분데스리가에서 검증된 혹은 충분히 성공할만한 공격 자원이면 누구든 보강할 필요가 있는 상태다. 지동원 뿐만 아니라 1899 호펜하임 소속으로 전반기에 7골을 터뜨린 케빈 폴란트 역시 도르트문트와 연관되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2라운드부터 6주간 1위를 지켰고 8라운드에서 2위로 내려앉은 이후 5주간 2위를 지켰다. 하지만 13라운드부터 3위로 떨어졌고 그나마 4주 연속으로 지켰던 3위 자리도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7라운드 헤르타 BSC전 패배로 인해 4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이미 1위 바이에른 뮌헨과의 승점차는 12점이다. 아직 후반기 라운드가 남았지만 다른 팀도 아닌 바이에른과의 격차가 12점이라는 점은 올시즌 우승이 사실상 멀어졌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올시즌 뿐만 아니라 올시즌 이후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몇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가중됐고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은 어김없이 타 클럽으로 이적하면서 도르트문트는 매시즌 새롭게 전력을 구상해야 했다. 물론 그 와중에 몇몇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상위권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부담과 그에 따른 부상 위험성 증가 그리고 이적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만큼 새로운 선수의 영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도르트문트가 선수를 영입하는 패턴은 그 색깔이 분명하다. 특히 공격자원은 20대 초반의 젊고 빠른 선수를 선호한다. 올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헨릭 므키타리안과 피에르-에메릭 아우바메양, 지난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마르코 로이스와 율리안 쉬버, 2011-12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일카이 귄도간, 2010-11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카가와 신지 등이 모두 이 같은 범주에 속하는 선수다. 지동원이 1991년생으로 아직 만 나이 20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도르트문트가 충분히 탐낼만한 첫 번째 조건은 충족시키는 셈이다.
도르트문트는 2009-10 시즌 5위에 머물렀지만 이듬 시즌과 2011-12 시즌 연달아 리그를 제패했다. 지난 시즌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상위권을 굳혀가면서 도르트문트의 영입에도 변화가 있었다. 카가와 같은 이른바 ‘로또성’ 영입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레반도프스키는 이미 폴란드리그 득점왕은 물론 유로파리그에서도 활약한 경험이 있었다. 므키타리안과 아우바메양, 로이스 등도 비슷한 수준의 리그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거나 A매치 등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다.
지동원에 대한 도르트문트의 관심은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보여준 후반기 활약상이 그 근거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후반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로 활약한 그는 5골을 기록했다. 풀시즌이라면 두 자리 수 득점이 가능했을 수치다. 물론 A매치와 런던올림픽에서의 꾸준한 활약 역시 고려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보다는 분데스리가에 대한 적응력에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분데스리가 팀들 뿐만 아니라 유럽 구단들은 올림픽 축구 자체를 큰 대회로 여기기보다 상징적인 의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선덜랜드에서 이렇다 할만한 플레잉 타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 지동원이 도르트문트에서는 보다 나은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선덜랜드보다 도르트문트의 전력이 결코 떨어지는 팀이 아니다. 오히려 더 강력한 주전 경쟁을 견뎌야 한다. 도르트문트에 입단할 경우 지동원이 직간접적으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선수들은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해 로이스, 므키타리안, 아우바메양, 야쿱 블라지코프스키 등이다. 여기에 현재 팀 사정상 주로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하고 있는 케빈 그로스크로이츠도 잠재적인 경쟁자다. 이들은 이미 팀 전력과 전술에 완벽하게 녹아 있는 선수들로 지동원이 입단한다 해도 자신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선수들은 아니다.
물론 지동원은 올시즌 이후 벌어질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 진입이 목표다. 올시즌 후반기 역시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허송세월을 보낸다면 월드컵 출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선덜랜드에 남아도 갑자기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도르트문트로 이적한다 해서 입지가 크게 좋아질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특히 도르트문트는 전반기 후반 무렵 성적이 크게 떨어져 후반기 초반부터 새로운 선수들 선발 명단에 넣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단순히 월드컵출전을 위해 플레잉 타임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도르트문트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팀을 찾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는 일은 없다. 지동원의 도르트문트행 보도는 연일 국내에서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 근거는 단 하나다. 현지 언론에서 보도된 3~4줄이다. 이를 재생산하고 살이 붙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동원이 도르트문트로 향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준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아직 이적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혹 이적을 한다해도 선덜랜드에서보다 더 강력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도르트문트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선덜랜드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긍정론을 펼치기 보다는 어느 팀으로 이적을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