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쇼크에… 자동차·전기·기계 수출비상

입력 2013-12-3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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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1000원 붕괴… “2014년 950원까지 하락 가능성”

원·엔 환율이 5년 3개월여 만에 900원대로 떨어졌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엔저)에 이어 미국 양적완화 축소까지 겹치면서 엔저 쇼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원·엔 환율은 마지막 장인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개장 전 100엔당 1000원 아래로 떨어진 뒤 오전 9시 개장 직후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의 1000원 선 붕괴는 2008년 9월 9일(장중 저가 996.68원) 이후 5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환당국이 “원·엔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며 즉시 구두 개입에 나서자 원·엔 환율은 1000원 선을 회복, 오후 3시 기준 1002.09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이는 2012년 말(1247.50원)보다 250원 가량(19.7%) 하락한 것으로 연간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원·엔 환율은 1200∼1600원선에서 움직이다 2012년 말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되자 추락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엔저 정책을 펴면서 원·엔 환율도 가파르게 내리막을 탔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외환당국이 1000원을 원·엔 환율의 방어선으로 설정했지만 장기적으로 엔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 등 10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원·엔 환율이 2014년 3분기 중 100엔당 996.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엔저 지속에 원화는 강세 압력을 받으면서 2014년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자동차, 전자·기계 등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업종이나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엔화 약세로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수출은 3% 가량 감소해 2015년 수출액이 올해보다 400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로 엔저가 지속되고 있었는데 여기에 양적완화 축소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외환당국은 수출 중소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원·엔 환율은 달러·엔과 원·달러에 의해 간접적으로 결정되는 만큼 당국이 직접 시장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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