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신대처리즘] 같은 듯 다른 박근혜 정부의 한국판 ‘신 대처리즘’

입력 2013-12-24 09:04수정 2013-12-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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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꽉 막힌 국정을 풀 해답을 ‘대처리즘’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한국판 ‘신(新) 대처리즘’의 출연이다.

16일째 이어지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비타협의 대명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의 리더십을 떠올리게 한다. 부채 감축, 방만경영 해소, 임직원 성과급 삭감 등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안 추진하는 모습 역시 ‘철의 여인’과 닮은꼴이다.

대처리즘은 영국경제의 재활성화를 꾀하는 영국 대처 전 총리의 사회·경제정책을 말한다. 1970년대 영국은 과도한 사회복지와 노조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한 지속적인 임금상승 등으로 소위 고복지·고비용·저효율을 특징으로 하는 ‘영국병’에 시달렸다. 이에 대처 총리는 1979년 집권하자마자 저비용·고효율로의 경제구조의 전환을 목표로 경제 전부문에 걸친 개혁에 착수했다. 골자는 재정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등으로 이는 ‘공공부문 개혁’으로 귀결됐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대처리즘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어쩌면 예상된 수순이었다. 대처 전 수상은 박 대통령에겐 ‘롤 모델’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주저없이 대처를 꼽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는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살릴 리더십은 영국병(病)에 신음하던 영국 경제를 되살린 대처리즘”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과 현재 한국이 처한 경제상황도 비슷하다. 대처가 영국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건져냈듯이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부양에 사활을 건 박 대통령이 대처의 경제정책을 따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대처의 공공개혁은 많이 닮아 있지만 확실히 서로 다른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은 강성 노조의 불법파업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불법파업이 아닌 노사 간 합의로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선 독일의 ‘메르켈식’ 대타협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

노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시종일관 비타협으로 일관했던 대처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선 통상임금 문제를 비롯해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산적한 노사관계 이슈를 대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기업 개혁에 있어서도 차이점은 분명하다. 대처 총리의 공공부문 개혁은 ‘민영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식 대처리즘은 낙하산 인사 근절과 공기업 민영화는 논외다. 수서발 KTX 법인 신설 역시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만 되풀이 할 뿐 낙하산 인사나 인력 구조조정 등 철도공사의 본질적인 개혁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

대처식 공기업 개혁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대처리즘의 장점은 소화하고 단점은 보안하는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노조 파업에 있어서 대처처럼 타협이 없는 강경대응 노선만 고집한다면 노사갈등이 더욱 확산될 수 있어서다. 그렇지 않아도 ‘소통 부재’ 정권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온 박근혜 정부로서는 ‘불통 정치’의 논란을 재연할 여지도 높아진다.

30여년전 대처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경기를 회복하는 데는 성과를 거뒀으나 실업문제와 양극화를 부추겨 서민들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민주당이 지난 17일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탄광 노동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 ‘분열’과 ‘갈등’의 ‘대처’식 정치를 박근혜 대통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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