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로열티 Down, 해외수출 Up… 국내 육성 장미 신품종

입력 2013-12-24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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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33

국내 장미 시장 규모는 약 1,800억 원으로 화훼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되는 장미는 대부분 해외 품종이다. 한 해 동안 해외로 나가는 로열티는 2010년 기준으로 전국 38억 원(경기도 20억 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장미 육종 역사는 외국에 비해 짧지만 근래에 육종된 품종은 외국에서도 고품질 장미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육성 장미 신품종은 인지도가 낮아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산단지 조성과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경기지역 장미 신품종 주산단지 조성’ 연구사업은 우수한 국내 육성 품종의 생산기반을 조성하여 화훼시장에 지속적인 국내 육성 장미 신품종을 공급하고 화훼가공상품(색상변화장미 등)을 통한 상품 차별화와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국내 육성 신품종 장미의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려라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농가에 보급할 신품종으로 ‘아이스베어’와 ‘비너스베리’를 선정했다.

아이스베어<사진>는 네덜란드, 케냐 등에 판매돼 이미 국제적으로 상품성을 검증받은 품종이다. 화형이 예쁘고 향이 좋으며 눕는 현상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비너스베리는 고온기에 화형ㆍ화색과 생육이 균일해 여름철 재배에 강점이 있는 웨딩용 신품종이다. 채화기간이 짧고 채화량이 많아 생산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아이스베어와 비너스베리, 2종의 국내 육성 신품종은 경기도 파주 지역에 집중 보급됐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이곳을 선택한 것은 전국 장미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전략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파주 지역은 수도권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폭넓은 주산단지 조성, 파급효과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이영순 연구관은 “경기 지역에 우수 품종을 보급하고 기술지도로 고품질의 장미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고품질의 절화장미를 재배하기 위해 연구진은 품종별 영양 관리와 생산시설, 병충해 방지 등 신기술을 농가에 접목했다. 아울러 수출용 신상품 생산과 디자인 개발을 농가들과 함께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고품질 전략상품 ‘아이스베어’, ‘비너스베리’

임주완 농가<사진>는 현장접목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24년 장미재배 경력에 파주 지역 36곳의 농가로 구성된 ‘플라워경기’를 이끌고 있다. 또 4,000m²의 양액재배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농산물 공동브랜드인 ‘휘모리(Whimori)’와 색상변화 장미(매직로즈) 가공상품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연구진은 임주완 농가에게 비너스베리 모종과 재배기술을 보급했다. 수출 선도 농가임을 감안해 수출용 신상품 생산과 디자인 개발도 함께했다. 선도 농가를 거점으로 기술을 보급하고 수출을 독려해 파급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다.

플라워경기 구성원인 김원영 농가에게는 2012년 봄에 아이스베어 모종을 보급했다. 재배기술로는 겨울철 온도와 보광을 위한 이중 비닐과 보광등이 적용됐다. 김원영 농가는 아이스베어 품종 재배 시 생길 수 있는 응애와 흰가루병 병해충 방제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두 농가는 플라워경기 구성원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했다. 플라워경기 소속 농가들도 현장접목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수출용 신상품 생산과 디자인 개발에 힘을 모았다.

▲장미가 고르게 생산되기 시작한 2차 년도부터 도약

임주완 농가는 2012년 9월 비너스베리를 처음으로 채화해 경매시장에 출하했다. 품종 인지도가 낮은데다 품질이 고르지 않아 초기 가격이 낮게 형성되었다. 그러나 2년차부터 생산이 안정되고 품질이 향상되면서 시장의 평가가 우호적으로 변했다. 임주완 씨는 “비너스베리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입한 신품종”이라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용 가공품으로 상품화해 새로운 소득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원영 농가는 아이스베어 재배 초기 연구진의 방제기술 덕분에 흰가루병, 응애 등의 병해충을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채화량을 늘리는 기술을 적용해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아이스베어를 출하할 때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상’과 ‘특상’만 경매시장에 내놓았다. 품질과 인지도가 동시에 높아진 2년차부터는 다른 외국 품종과 비교해 더 좋은 경매가격을 받았다. 생산량과 채화주기, 월별 가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소득증대로 연결시켰다.

▲수출용 상품 개발과 국내외 홍보활동 병행

자신감이 높아진 농가들은 국내 육성 품종의 수출용 상품 개발과 활발한 마케팅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내외 시장 창출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임주완 농가는 “아이디어 상품과 해외 시장 개척으로 불황을 대비하고 미래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용 상품으로는 생화장미 가공품인 ‘매직로즈’와 ‘캔들’로 정하고 BI와 디자인 개발, 시제품 제작을 진행했다. 매직로즈는 ‘마술장미’라는 이름 그대로 빛과 온도에 따라 여섯 가지 색상으로 변하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일본에서 이미 상품성을 인정받아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수입국 기호에 맞게 개발된 캔들 상품도 농가소득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은 국내외 박람회나 품평회, 각종 행사 등을 통해 이뤄졌다. 2012년 10월 일본에서 열린 동경플라워엑스포에 참가해 경기 지역 신품종(아이스베어, 비너스베리)을 소개하고 매직로즈, 캔들 상품을 적극 홍보했다. 국내에서도 ‘경기화훼 신품종 생생전시’, ‘신품종 절화장미 품평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수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국내 육성 품종을 매직로즈로 가공해 일본에 3,000본 시범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각종 행사 소품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상품성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남미 지역에서 생산된 경기도 육성 장미는 러시아와 미국, 유럽 시장에 수출되어 국가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고품질 국내 육성 장미 내수와 수출시장 모두 밝다

경기 지역 국내 육성 장미 신품종은 생산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아 실제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현장접목 2차년도에 접어들면서 아이스베어의 경우, 성수기에는 경쟁 품종보다 20~30% 더 높은 6,000~9000원/10본을 받고 있다. 비수기를 포함한 연평균 단가는 5,000원/10본으로 추정된다. 비너스베리는 기존보다 30~40% 높은 6,000~8,000원/10본에 가격이 형성되었다.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매직로즈는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오르고 있다.

로열티 절감도 눈에 띈다. 해외 품종을 국내 육성 신품종으로 교체 시 얻을 수 있는 로열티 절감 효과는 모주당 1,300원 정도다. 양액시설재배 1,322m²을 기준으로 약 900만 원을 절감하는 셈이다. 국내 육성 신품종의 재배규모가 확대될수록 효과는 더 커지고, 농가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본 연구사업을 통해 재배기술과 시설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고품질 상품이 나왔다. 국내 장미재배 주산단지인 파주 지역에서 일군 도전과 성과는 주변 화훼농가에 파급효과를 미쳤다. 국내 육성 장미 재배 농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이영순 연구관은 “질 높은 국내 육성 신품종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성장성 있는 시장을 새로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육성 장미 품종의 미래는 매우 밝다. 이는 곧 국내 화훼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뜻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경기 지역 장미 신품종에 대해 관심 있는 농가는 경기도농업기술원 이영순 연구관(031-229-5801)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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