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끝없는 골프의 진화

입력 2013-12-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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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골프칼럼니스트)

10세기 훨씬 전 스코틀랜드의 바닷가에서 골프가 태어났을 때 코스란 바닷가의 자연환경 그 자체였다. 엉겅퀴와 금작화 줄기가 뒤엉킨 덤불숲과 양이 뜯어먹고 남긴 뿌리만 남은 풀밭 그리고 양이 거들떠보지 않는 거친 잡초들과 모래밭, 개울이나 연못, 자갈밭, 토끼 굴 등이 만들어낸 황량한 들판이었다.

여기에 비하면 오늘날의 골프코스는 비단을 깐 듯하다. 물론 벙커와 해저드, 러프가 있고 플레이가 불가능한 OB지역이 있지만 자연 그대로가 아닌, 재미와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만든 인공장애물의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골프코스는 거친 자연 상태에서 인공적 코스로 진화해왔다. 요즘 조성되는 코스들을 보면 자연 상태 그대로는 도저히 빚어낼 수 없는 무릉도원의 별천지를 방불케 한다. 초기엔 쓸모없는 황무지가 골프코스로 개발되다 경관이 빼어난 지역에도 그림 같은 코스가 조성되고 있다.

골프팬들이 코스를 벗어난 가상의 코스에서 즐기는 스크린골프에까지 열광하는 것을 보면 골프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궁금하다.

실제로 열광적 골퍼들은 인공적으로 잘 다듬어진 골프코스를 벗어나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자연조건에서의 골프, 즉 익스트림 골프를 즐기기 위해 모험의 길을 떠나기도 한다.

지난 2004년 안드레 톨미(미국·당시 36세)라는 사나이가 세계 최초로 2123㎞에 달하는 몽골 초원을 골프를 하면서 횡단한 뒤 그 경험을 책으로 펴냈다. 이후 이 아마추어 골퍼는 사하라 사막을 골프를 하면서 횡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실행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극성팬들만 얼음 위나 눈 위에서의 골프를 마다하지 않는 게 아니다. 얼음과 눈에 덮인 동토 그린랜드에서 골프를 즐기는 골수 골프광들이 많아 여행상품으로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이 밖에도 영국에서는 도심에서 골프를 하는 ‘스트리트골프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아스팔트나 돌을 깐 도로 위에서 맨홀에 깃대를 꽂고 홀을 만들어 즐기는 게임인데 볼은 행인이나 자동차 건물 유리창에 맞아도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도 한 골프광이 논두렁과 밭을 헤매며 골프를 즐긴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중동 한인사회에는 재미있는 속설이 있다. 뜨거운 한낮 사막에서 움직이는 동물은 딱 두 종류인데, 다름 아닌 전갈과 사막 골프코스에서의 한국 사람들이란 것이다.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레저나 스포츠가 더 치열한 극한 운동으로 진화한다고 한다. 산악자전거나 100㎞ 마라톤, 사막마라톤 그리고 철인경기 등이 각광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라고 예외일 리가 없다. 상상할 수 없는 곳에 골프코스가 조성되고 도저히 골프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최악의 자연조건에서도 골프를 즐기려 할 것이다. 혹한의 겨울에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골프채를 놓을 까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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