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대책과 장기대책으로 나눠볼 필요가 있다. 단기대책은 우선 돈이 돌아야 한다. 몸 속에도 피가 돌아야 몸이 건강하듯이 우리 경제도 돈이 돌아야 경기가 살아날 것이다…(중략)…장기적인 대책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우리 몸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하는 것과 같다”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 10일 TV토론에서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대한 답변한 부분이다 ‘근혜노믹스’로 불리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언급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임기 첫 해의 거시경제 정책은 위에서 언급한 ‘단기대책’에 해당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정책은 ‘장기대책’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각 볼 수 있다.
◇ ‘돈 풀기’ 경기부양…정부는 풀었지만 민간은 ‘아직’=박 대통령이 단기대책으로 중점을 둔 부분은 경기활성화였다. 3월에는 경제정책을 구현할 경제부총리에 ‘시장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는 현오석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임명했다. 무엇보다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임무에 적임자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은 취임 직후부터 연말까지 추경예산 편성(4월 16일),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4월1일, 8월28일, 12월3일), 1~4차 투자활성화 대책(5월1일, 7월11일, 9월25일, 12월13일), 공약가계부(5월31일), 고용률 70% 로드맵(6월4일),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7월4일),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7월17일) 등 다수의 정책 패키지를 쉴 틈 없이 발표했다.
거시정책 패키지의 주안점은 재정지출과 민간투자를 총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돈 풀기’로 요약된다. 먼저 19조3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풀었고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부총리가 투자 기업인을 등에 업는 퍼포먼스까지 보이기도 했다.
경제에 ‘피’를 공급하려는 경제팀의 정책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2.0%까지 주저앉았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3.0%에 육박하고 내년에는 4.0%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상반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던 생산지표와 고용지표는 하반기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고 경상수지 흑자규모 역시 600억달러를 돌파해 사상최대치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재정지출 효과와 달리 반면 민간투자 활성화는 저조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업체 CEO스코어의 조사를 보면 올해 30대 그룹에 속한 155개사의 투자액은 68조255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고 10대 그룹은 4.1%, 5대 그룹은 6%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 10대 그룹의 매출이 3.4%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4.8%, 3.1%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 아직은 ‘숫자뿐’인 경제회복…재정효과에만 국한된 고용회복=올해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체감경기지표의 회복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실제 올해 가계동향을 보면 저물가가 지속되는 데다 가계의 평균소득이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사상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나마 개선세를 보인 고용시장도 정부지출에 의한 일자리가 늘어났을 뿐 구조적인 회복을 나타내지 못했다. 11월 취업자수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는 58만8000개의 일자리가 늘었지만 20대에서는 5만7000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고 30대는 오히려 3만6000개가 줄었다. 주로 주로 50~60대 일자리가 증가했는데 공공부문이 60%에 달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창출로 보긴 어려웠다.
한편 내년 이후 전개될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은 체감경기의 회복에 보다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이 대선토론에서 언급했듯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제체질 개선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 부총리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정책의 큰 틀에 대해 “민간과 내수가 경기를 견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