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스트리트 최고가 써낸 듯… KB는 동양증권에 눈돌려 저울질 중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이 NH농협금융과 파인스트리트의 양강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두 후보와 함께 3각 편대를 이루던 KB금융도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동양증권과의 경중을 저울질하며 치열한 ‘격투전’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전일 마감된 우리투자증권 본입찰에 NH농협금융과 KB금융지주, 파인스트리트가 참여했다.
5대 대형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보험·우리금융저축은행 등 3개사를 합친 ‘1+3 패키지(묶음)’로 매각된다.
본입찰은 4개사에 대해 회사별로 인수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장부가를 따지면 우리투자증권 1조400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 2100억원, 우리아비바생명보험 1000억원, 우리자산운용 700억원이다.
패키지를 단순 합산할 경우 1조4200억원에 달하지만 실사 결과 생명보험과 저축은행의가치가 ‘마이너스(-)’로 평가돼 매각 가격은 당초 시장 예상치보다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서 최고가를 적어낸 파인스트리트 역시 가격을 하향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투자증권만 보면 매력적이지만 패키지를 떠안기에는 인수자들도 부담이 된 것이다. 이에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발을 담그면서도 그룹 내홍 과정에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동양증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로 이미지가 실추됐지만 리테일,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다방면에 강점을 지녀 인수 매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KB금융의 한눈팔기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은 자연스럽게 NH농협금융과 파인스트리트로 압축되고 있다. 실사 결과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생겼지만 인수 의지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선 NH농협금융의 경우 은행부문 수익이 80%나 된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투자증권과 합쳐 그룹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게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특히 NH농협증권에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총 3000억원의 인수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파인스트리트 조건호 회장 역시 우리투자증권을 한국형 리딩 IB로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인수 후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고 신 수익원을 발굴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6~7%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그는 자금조달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의 무게중심이 동양증권 쪽으로 더 기울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은 NH농협지주와 파인스트리트 양강 대결구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