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땔감·건축재·춘궁기 간식역할까지 한 '소나무'

입력 2013-12-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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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석의 숲과 나무의 가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미국의 시인이자 아동문학가 쉘 실버스타인이 1964년 발표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다. 이 책은 사과나무 한 그루가 한 어린 소년에게 베푸는 아낌없는 희생의 정신을 단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루터기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몰골이면서도 베푸는 기쁨을 찾는 사과나무를 주인공으로 한, 시적이고 섬세하고 포근한 이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조상 대대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고 유용한 양식을 제공한 나무는 다름 아닌 소나무다. 소나무는 우리 주변에 자라면서 건축재, 농기구 재료, 땔감 등 연료뿐만 아니라 밤을 밝히는 초롱불의 역할과 춘궁기에 간식까지 제공하는 우리 조상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얽히고 섞인 역사가 매우 많다.

또 우리 문화재의 대부분은 목조 문화재로 주요 부재가 소나무이며 향후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문화재 주변에 있는 소나무의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건축을 할 때 터를 닦고 그 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무를 조달해 사용하고, 건축물이 노후됐을 때를 고려해 주변에 다시 소나무를 조림해 후손들이 보수하는 데 용이토록 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 문화재 주변은 울창한 숲으로 우거져 있어 문화재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소나무가 소나무 에이즈라는 재선충병으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 병은 한 번 걸리면 바로 잘라서 소각 내지는 완전 피복 훈제 처리해 격리시켜야 하는 아주 무서운 전염병이다. 재선충병은 부산의 금정산에서 최초로 발견됐으며, 그동안 조금씩 발견되고 방제되던 것이 최근 급속하게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소나무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예방대책을 마련, 전국 산림조합 및 관계기관의 전문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등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심각한 소나무 재선충병의 확산은 다름 아닌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에 기인한다. 기후변화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원인이다.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가면 남한지역의 대부분은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 없어지고 상록 활엽수 등 난대림으로 확대되고 기후 영향으로 가뭄, 폭염, 폭설,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산림재해와 산림 병충해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춰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 특히 생활에 밀접한 모든 가구나 건축재를 친환경 소재인 목재를 사용해야 한다. 목재는 90% 이상 탄소로 구성돼 있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데 가장 유효하다. 또 목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해 칩이나 펠릿 등으로 가공돼 재생 에너지로 이용되고 있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아낌없이 주는 이 땅의 보물 소나무! 소나무를 재선충으로부터 살려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이어갈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주기 위한 시대적 사명으로 우리는 모든 역량과 힘을 모아 기필코 지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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