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인 감독ㆍ작가의 대반란- 김민정 문화부 기자

입력 2013-12-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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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동석, 허정, 조의석, 김병서, 김병우, 정근섭, 이현주, 윤난중, 박재범, 유보라, 채승대’

낯선 이름이다. 주변 사람에게 “누군지 아냐”고 물었다. 질문의 대답은 “뭐하는 사람들이야?”, “정치인인가? 박재범은 가수 아냐?” ,“들어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 등 한결같이 ‘도대체 누구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서 나열된 생소한 이름의 주인공들은 2013년 영화(‘공범’ ‘숨바꼭질’ ‘감시자들’ ‘더 테러라이브’ ‘몽타주’)와 드라마(KBS 드라마 ‘학교2013’ ‘직장의 신’ ‘굿 닥터’ ‘비밀’ ‘감격시대’)의 판도를 뒤흔든 신인 감독과 신예 작가들이다.

2013년 대중문화계에서는 신인감독과 작가의 대반란이 일었다. 독특한 내러티브와 독창적인 소재, 신선한 감각으로, 잔뼈 굵은 스타 감독과 작가를 단번에 누르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그간 영화사와 방송사는 스타 감독과 유명 작가 위주로 작품을 맡겼고, 개봉과 편성에 있어 우선권을 줬다.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 ‘일단 먹고 들어가는 게 있다’며 마치 대단한 흥행보증 수표를 가진 것처럼 의기양양해 하는 꼴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거액의 돈과 명예만 있으면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편향적인 흐름에도 몇몇 영화사와 방송사는 탄탄한 내공을 쌓은 신인작가와 감독에게 과감하게 투자에 나섰고 작품성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새로운 작가와 감독을 발굴해 역량을 키워주는 신인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이름값으로 대중문화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기성작가들의 반복되는 뻔한 스토리는 시청자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소재 고갈의 이유로 해외유명작품을 어설프게 리메이크하는 것은 정서적 차이로 거부감만 줄 뿐이다. 유명세에 기대기보다 새로운 시각과 독특한 발상을 가진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대중문화의 인적 인프라를 넓혀야 한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흐름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은 관객과 시청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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