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야마 아키에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경영학계의 핫토픽은 어떤 것이 있으며, 그러한 토픽에서 이뤄진 괄목할 만한 연구 실적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은 경영학계의 전반적인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신 연구 업적과 현재 고심 중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성역을 깬 연구 결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영학계는 엄밀한 통계적 분석으로 검증될 수 있는 가설에 바탕을 둔 과학을 지향하고 있다. 근사한 주장이나 케이스 스터디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다. 오로지 통계 자료를 통해 검증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중심으로 학계가 돌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한해 동안 경영전략의 대표 저널인 ‘전략경영저널’에는 총 57편의 논문이 게재됐는데 이 가운데 통계 분석을 이용한 논문은 52편, 케이스 스터디는 불과 5편이다.
흥미로운 최신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의 ‘경영전략론’(SPC패러다임)은 경영 현장에선 지금도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최신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두고 “포터의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경영을 논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포터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속적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지속적’이라는 꾸밈말이다.
이 책이 가진 매력은 수십년 동안 난공불락처럼 받아들여 왔던 경영이론을 통계적 분석방법을 사용해 뒤집은 사례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로버트 위긴스와 티모시 루프리는 ‘전략경영저널’과 ‘조직과학’에 3편의 논문을 기고해 성역화돼 왔던 포터의 경쟁전략론을 무력화시키는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하는 데 성공한다. 그들의 발견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미국에서 지속적 경쟁우위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의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즉 지속적 경쟁우위의 실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미국 내 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셋째, 경쟁우위를 상실한 이후 다시 회복하는 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의 특성은 일시적 우위를 쇠사슬처럼 연결시킴으로써 마치 장기간에 걸쳐 높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다.
이런 연구 결과가 무한경쟁에 노출된 기업들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과거처럼 한 번 확보한 경쟁우위에 안주하는 것이 지극히 위험한 선택이란 사실이다. 이 책은 경영학계에 잘 알려진 성역화된 연구 결과를 뒤집는 연구 결과의 모음집이다. 때문에 경영 일선에 서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상품이든 사람이든 지식이든 성역화되고 나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눈을 가리게 된다는 점에서 잘못된 이론처럼 위험한 것도 없다. 대가에 대한 맹종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