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상 중 감사원장 임명 강행...입법혼란에 기업 투자 주저
여야 간 극단적 대치가 지속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황찬현 감사원장, 문형표 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경색국면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법적 처리시한을 넘긴 새해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고, 지난 9월2일 정기국회가 열린 이후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특히 국회가 정상화돼도 각종 법안에 대한 여야의 간극이 넓어 정부가 예고한 입법안조차 처리가 불투명한 지금의 상황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하다 국회에 발목을 잡힌 법안은 102개에 달한다. 연내 시급한 처리가 요구되는 법안만 15개로, 여기에 달려 있는 투자 금액만도 27조5000원에 이른다. 기업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대기업의 외국자본 투자가 걸려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열악한 중소기업의 환경개선과 금융지원 등을 위한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 일자리 관련 법안 등이 불발되거나 지연될 경우 가까스로 회복세에 접어든 경기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 등 각종 규제완화 법안의 처리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입법과 보조를 맞춰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워놓은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나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정부의 계획발표에 따라 부동산 하락세가 멈추고 소폭 반등하는 효과도 낳았지만, 후속입법 지연으로 대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정부는 3일 연리 1%대의 장기 대출을 포함해 세제, 금융 지원을 총망라한 8·28 전월세 대책 보완조치를 내놨지만 시장불안을 해소하려면 입법과제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회 의사일정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계획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조속한 입법을 통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