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 진출에 경쟁력 '뚝'… 현지업체 급성장에 임금도 2년새 41% 올라
글로벌 기업의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중국이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업체들이 중국에 뛰어들어 경쟁이 격화된 데다 자국 업체의 급성장이 이들 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탓이다. 과거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는 인식으로는 더 이상 중국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中 업체 급성장, 경쟁 격화돼= 세계 3위 유통업체인 영국 테스코는 지난 8월 중국 국영기업 화룬창업(華潤創業)과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지분비율은 테스코와 화룬창업이 2대 8이었다. 이는 테스코가 2004년 중국 진출 이후 9년 만에 단독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불과 2년여 전 “2016년까지 중국에서 대형 슈퍼마켓 매장을 200개로 늘리겠다”고 자신한 것에 비하면 크게 뒷걸음질친 경영전략인 셈이다.
테스코의 이 같은 선택은 저가로 무장한 현지업체들의 성장 때문이다. 당시 CNN머니는 “넓은 땅 때문에 물류비용 부담이 큰 중국에서 현지업체들의 성장은 글로벌 유통업체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 올해 초에는 독일 유통업체 메트로가 중국 내 가전사업을 철수했다. 작년에는 미국의 사무용품 전문업체 홈디포가 중국 내 대형매장 7곳의 문을 닫았다.
◇韓 기업도 중국서 고전= 국내 기업도 중국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는 2008년 중국 유통업체인 인타이와 5대 5 지분 비율로 합작회사를 설립했지만 최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의 누적 적자가 1000억원을 넘어서며 시장 확대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0.1%에 그쳤다. 글로벌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19.0%의 점유율로 중국에서도 1위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1~10위 중 7개 업체가 화웨이, ZTE, 레노버 등 중국 또는 중국계 기업이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중국 건설경기 부진과 현지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최근 장쑤성 쑤저우(蘇州) 공장의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빼고는 중국에서 모두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통계를 보면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 투자는 2007년 53억3011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36억7947억 달러, 2012년 33억680억 달러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의 중국 신규법인 설립 수도 2007년 2113개에서 2012년에는 710개로 66.4% 줄었다.
◇임금인상 가속… 미래 경영환경도 불투명= 중국에서의 경영환경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유제품 기업 이리(伊利), 제약업체 톈스리(天士力), 주택건설업체 완커(萬科), 발전·원전부품 업체 홀리시스(HAT) 등 자국업체들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자주창신(自主創新:자국업체의 독자 기술개발 장려)’ 정책의 지원을 받으며 내수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의 임금인상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국 정부는 12차 5개년 기간인 2011~2015년 동안 도시·농촌 주민 1인당 평균 임금을 두 배로 인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최저임금을 지난해 평균 20.2%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9월 기준 평균 18.0%까지 올리며 2년 사이 41% 이상 끌어올렸다.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가 최근 중국 진출 국내기업 201곳을 대상으로 ‘중국진출 한국기업 노무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노무비가 지난해와 비교해 10% 이상 늘은 기업은 72.6%에 달했다. 20% 이상 올랐다고 답한 기업도 14.4%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