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공모주 수익률 착시현상

입력 2013-11-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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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수익률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꽤 흥미롭다. 미국의 리터(Jay R. Ritter) 교수와 팀 루그런(Tim Loughran)이 1970년부터 1990년대까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4753개 공모주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결과는 놀라운데 공모주의 평균수익률은 연 3%대였던 반면 S&P500 수익률은 11.3%에 달했다. 20년간 누적수익률은 S&P500이 751%인 반면 공모주는 81%다.

최근엔 자취를 감췄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공모주 청약을 위해 통장과 도장 뭉치를 들고 증권사 객장을 누비는 주부들이 상당수 있었다. 온라인 청약이 보편화된 탓도 있지만 공모주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도 크다.

잠잠하던 공모주 시장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상장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3분기 신규상장한 5개 기업의 평균수익률(공모가/상장일 종가)은 89.2%로 최근 3년래 최고치다. 수치만 놓고 보면 높은 청약률만 뚫을 수 있다면 꽤 짭짤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증시에 입성한 현대로템의 20일 종가는 3만3700원. 공모주 청약 경쟁률을 통과한 투자자라면 50% 가까운 투자 수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수익률 착시현상이다. 예를 들어 공모가 1만원, 청약 경쟁률 500대 1의 공모주에 청약증거금 5000만원을 넣으면 10주밖에 배정받지 못한다. 시초가가 두 배로 올라도 청약증거금 대비 수익률은 0.2%에 불과하다.

어쨌든 워낙 저금리에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서 요즘 웬만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상장 시기를 내년쯤으로 잡았던 기업들도 상장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일이지만 공모주 청약에 실패했다고 상장 이후 ‘묻지마 매수’에 나서는 것은 실패 확률이 상당하다. 소위 ‘잘 나가는’ 공모주의 경우 상장 초기 과도한 수급이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꽤 크다. 최근 상장 초기 주가가 급등락을 연출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기관이 단기간 공모 차익을 노리고 빠져나가는 경우도 상당한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대응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공모주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기업의 미래가치 등 질적분석 없는 묻지마 공모주 투자는 쪽박의 지름길이다. 공모주 대박 시대는 지났다. 공모주 시장은 주식 가치가 과대평가된 찰나를 이용해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내다파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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