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육박하던 자본잠식률 연내 50% 밑으로
연봉 1원만 받겠다며 금호산업 살리기에 승부수를 던졌던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90%를 육박했던 금호산업 자본잠식률이 최근 60% 초반대로 대폭 떨어졌다. 금호산업의 정상화 방안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실제로 금호산업의 9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기존 88.6%에서 62.7%로 무려 25.9%포인트 떨어졌다. 금호산업 실적 호조세와 아시아나항공 3분기 흑자전환에 따른 지분법 평가이익, 대우건설 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성과다.
우선 금호산업은 공공공사 등 수익성이 보장되는 안정적 수주 기조를 유지하면서 1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영업이익을 꾸준히 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당기순이익 역시 자본총계 중 이익잉여금에 포함되며 자본잠식률을 감소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분기 8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48억원가량의 지분법 평가 이익을 냈다.
결과적으로 700억~800억원가량의 수익이 난 것이다. 이는 지난 9월 제주ICC 호텔사업과 관련된 1심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금액 633억원을 상회하는 규모로 자본잠식률 증가 우려를 없애고도 남는 금액이다.
박 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60%대 초반의 자본잠식률은 아시아나항공의 출자전환 IBK-케이스톤 사모펀드(PEF)와 공동 투자한 펀드 지분(30%) 매각 등이 반영되지 않는 수치였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자본잠식률은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 기업어음(CP) 790억원을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부분들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자본잠식률이 50% 아래로 떨어져 관리종목 대상에서도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속으로 “금호산업이 자체적으로 영업이익만 꾸준하게 내주며 정상화 궤도를 이어간다면 워크아웃 졸업도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금호산업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우려에 그쳤고 ‘1원 연봉’을 제시하며 ‘금호 살리기’ 막판 시험대에 올랐던 박 회장의 결단도 현재로서는 틀리지 않았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에 실패했을 경우 경영 책임을 지기 위해 약속했던 ‘보유 지분 포기’보다는 정상화 달성 시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부여할 ‘우선매수청구권’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