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연예인 연루된 불법사설 스포츠도박,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3-11-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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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판결을 받은 뒤 법원 문을 나서는 김용만. 그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뉴시스)

지난 6월 개그맨 김용만은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 세간을 놀라게 했다. 베팅 금액이 무려 억대에 달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기 연예인 이수근, 탁재훈, 토니 안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다시 한번 스포츠 도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졌다.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이 쉽게 오가는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이하 사설도박)은 합법적 스포츠토토와는 다르다. 스포츠토토는 한 번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이 10만원으로 한정돼 있고 베팅 횟수도 하루 최대 6번이다. 하지만 사설도박은 베팅 금액과 횟수 제한이 없다. 때문에 한 번 발을 들인 사람들은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합법적 스포츠토토가 있음에도 사설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때 사설도박에 빠졌던 김 모씨(서울 논현동)는 가장 큰 이유로 “스포츠토토는 배당률 자체가 너무 낮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결과가 뻔해 보이는 경기라도 배당률이 1.2배 혹은 1.25배 등에 불과하다면 누가 돈을 걸겠나. 스포츠토토의 배당률은 베팅하는 사람을 끌어들일 매력 요소가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물론 이는 외국 베팅 사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김 모씨는 “외국은 수십개 내지 수백개의 베팅사들이 있고 이들이 조금씩 다르게 배당률을 책정해 사용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다. 하지만 한국은 스포츠토토만 합법이라 선택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사람들이 사설도박으로 몰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연예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은 이들이 주로 함께 군복무를 하던 시절이나 동호회 모임을 통해 전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연예인들은 이 같은 공통분모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들이 억대 이상의 돈을 거는 경우가 다반사인 데다 이 같은 규모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통계조차 낼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올해 초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연간 사설도박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스포츠토토 역시 다양한 배당 조합을 만들어 진화하지만 사설도박 역시 진화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 연예인들이 적발된 예에서 보듯 휴대전화를 이용해 개인적이고 은밀하게 베팅 정보를 제공하고 베팅은 물론 배당금의 이동을 위해 타인 명의의 계좌까지 개설했을 정도다.

사설도박에 수억원 이상의 돈이 오간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스포츠토토 역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지만 베팅 자체를 모두 ‘도박’으로 묶어 생각하는 대중의 시선도 적지 않다. 스포츠토토 측 역시 이 부분을 우려한다. 한 관계자는 “합법적인 일을 하고 있음에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무슨 일을 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참에 스포츠토토 이외에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제도를 일부 합법화하자는 의견도 없지 않다. 몇 년 전까지 유럽에 근거를 둔 외국 베팅업체에서 배당률을 결정하는 베팅라이더로 일한 이 모씨는 “차라리 특정 업체가 베팅을 독점하는 현재 방식 대신 외국처럼 복수의 베팅 업체들을 합법화해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관리하고 업체들에는 수익에 상응하는 세금을 철저하게 징수하는 것이 지하로 흘러가는 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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