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5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노무현 정부'에서 고의로 폐기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친노(친노무현) 측은 검찰 발표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현 집권세력이 패륜을 저질렀다"며 강력 반발했고, 민주당도 "검찰이 실체적 근거 없는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친노와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직전 새누리당에 의한 대화록 사전유출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및 관련자 엄벌을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친노, 특히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회의록 관리·이관의 최종 책임자였던 문재인 의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확인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회의록(대화록)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역사에 남기고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번 수사발표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마저 정략의 도구로 삼는 현 정권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회의록을 정확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했고 825만여건에 이르는 방대한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현 집권세력은 도리어 사초 폐기 운운하며 비난하고 매도하는 패륜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화록 미이관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 같은 착오를 빌미삼아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조직적 은폐가 이루어진 것처럼 몰아간 검찰의 행태는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진상규명 대책단'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이번 발표는 짜여진 각본에 의한 수사"라면서 "실체적 근거 없이 의도를 가진 짜맞추기 수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책단은 대화록 초안 고의삭제 주장에 대해 "대화록 초안은 기록물일 수 없다. 게다가 초안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정확한 내용을 수정하라고 재검토 지시까지 내린 미완성본"이라며 "최종적으로 완성된 대화록만 보존하는 게 기록관리의 일반적인 원칙이자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대책단은 "검찰이 비본질적인 수정 내용을 문제 삼아 초본을 기록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주장"이라면서 "검찰이 해야 할 것은 대화록을 불법 유출하고 정쟁의 도구로 악용한 (새누리당의) 헌정질서 파괴 및 국기문란 행위를 단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당사자인 문재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과 노무현재단이 대응하는 것을 일단 본 뒤 따로 더 말할 게 있을지 판단해 보겠다"면서도 대화록이 여전히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검찰 발표가 그것을 인정해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발언 등과 언론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사초가 폐기되고 사실상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이 있었으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굴욕적인 저자세 정상회담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사초를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역사적 진실이 판명 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역사를 지우고 그 범죄 행위마저 은폐시키려 한 이중 범죄 행위가 과학을 통해 입증된 것"이라면서 "문재인 의원과 친노는 역사 앞에 속죄하고 반성문을 써야 하며, 특히 문 의원은 이 행위에 대해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지 지난번 약속대로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문 의원과 민주당은 그간의 거짓 언행과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간 데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거짓과 궤변으로 나라를 혼란하게 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 데 대해 국민과 역사 앞에 사과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초 실종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수정을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난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법원은 향후 재판에서 기소된 관련자들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