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과 지금… 재계는?] 탈세·횡령·사기… 현재 수사중인 총수만 7명

입력 2013-11-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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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대기업 잘못된 관행 바로잡겠다”… 1961년 군부, 기업인 11명 부정축재 감금

‘법정 구속’, ‘검찰 수사’. 2013년 11월 ‘한국 재벌사(財閥史)’의 씁쓸한 현주소다.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석채 KT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사법부와 사정당국에 명운이 걸린 기업 총수만 7명에 달한다. 이는 2·3세 경영인들이 이끄는 ‘동(同)시대’ 최대이자 52년 만에 한국 재벌사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중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1961년, 재벌의 첫 대규모 구속 사태= 한국 재벌사의 뿌리는 1945년 광복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과 1960년 4·19혁명, 1961년 5·16 군사정변 등 격동의 세월 속에서 권력과 부침을 함께했다. 한국의 재벌은 이러한 굴곡의 역사를 통해 스스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했다.

태창직물 백낙승 회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거액의 정치자금과 함께 매달 50만원의 생활비를 댔다. 이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백 회장은 태창방직, 태창공업, 조선기계 등을 거느린 국내 최초의 재벌이 됐지만 4월 혁명 이후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면서 함께 몰락했다.

1961년 5월 말엔 군사정권에 의해 ‘부정축재자’로 몰린 정재호(삼호방직)·이병림(개풍상회)·설경동(대한방직)·남궁연(극동해운)·조성철(중앙산업)·함창희(동립산업)·최태선(한국유리)·박흥식(화신)·이용범(대동공업)·이한원(대한제분)·김지태(조선견직) 회장 등 11명의 기업인 1세대가 한꺼번에 옛 일신초등학교(현 극동빌딩)에 감금되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 있던 이병철(삼성)·이양구(동양시멘트) 회장 그리고 백 회장의 아들 백남일 등 3명에게도 구속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경제개발에 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기업인들이 산업재건에 이바지하게 해 달라”는 이병철 회장의 요청이 서로 맞아떨어지면서 한 달여 뒤 모두 사면됐다. 그해 7월 이들 기업인 13명이 모여 설립한 ‘경제재건촉진회’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신이다.

◇다른 시대, 같은 운명…전·현직 대통령의 ‘평행이론’= 한국 재벌사에는 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다만 ‘정경유착’과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에서 차이를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부패척결의 ‘철퇴’를 내리치며 결과적으로 재벌 길들이기를 했다. 산업화를 통한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제인들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재계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제인들은 산업 근대화에 오로지 모든 힘을 쏟았다. 박 전 대통령이 마련한 1~3차(1962~1976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강력한 동력이 됐고, 당시 발생한 크고 작은 정경유착은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하는 ‘시류론(時流論)’이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반면 52년 후인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재계를 향해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분들이 양보했으면 한다”면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기술탈취, 부당 단가 인하, 골목상권 장악 등은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라고 강조해 왔다. 조화롭게 성장하는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잘못된 것은 분명히 바로잡겠다는 신념을 밝힌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 집권 이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총수들이 모두 법정 구속되며 최근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약 없는 ‘재계 잔혹사’=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최근 법정에서 속속 실형을 선고받은 총수들의 절망감은 52년 전 양손에 수갑을 찬 채 끌려가던 기업인들의 심정과 다름없을 것이다.

총수별로 혐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횡령·배임·탈세 등으로 SK 최 회장은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2심의 판결(징역 3년)이 대법원에서 일부 파기환송된 한화 김 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수술 등의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CJ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태광 이 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고 상고에 나섰다. 1심에서 실형(3년)을 선고받은 LIG 구 회장의 항소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들 총수는 모두 법정 구속됐지만 최 회장을 제외하곤 모두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이 외에도 효성 조 회장, 동양 현 회장, KT 이 회장 등은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현 상황을 빗대 ‘기업의 무덤’이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재계의 위기감이 극으로 치닫는 이유다. 재계는 이번 상황의 결말을 쉽게 예단하지 못한다. 끝없는 재계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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