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안 통과된 뒤 얘기합시다" - 강영관 사회생활부 기자

입력 2013-11-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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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소급적용 시기가 확정됐다는 소식에도 매수자들은 안 움직이고 매도자들만 호가를 올릴 눈치를 보고 있어요. 이미 올해는 반등 타이밍은 지난 것 같으니 일단 국회부터 통과한 뒤 다시 얘기합시다."

기자가 만난 서울 강남의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 매매거래가 뚝 끊기면서 이번에도 일회성 대책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급매물이 다 팔리니 매수세가 뚝 끊기고 문의도 거짓말같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그는 주택정책이 오락가락 혼선을 빚다보니 일선에서는 상담조차 어렵다고 한다. 8·28대책 이후 주택을 구매한 소비자들 대부분이 취득세 영구인하를 염두에 두고 거래에 나섰는데 정부와 정치권의 잦은 말바꿈에 시장의 불신감만 높아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처럼 온기를 되찾던 주택시장이 정책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최근 2달간 상승세를 보였지만 또 최근 2주간은 다시 하락 반전하며 냉기가 감돌고 있다.

취득세 소급적용 시기가 시장의 바람대로 8월 28일로 확정됐지만 매수자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주인들이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집값 정체 또는 하락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회 입법이 제때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부동산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업계는 취득세 영구인하가 확정되더라도 거래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순 있겠지만 시장회복을 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가을이 지나 겨울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그나마 내년 봄에나 효과를 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부동산은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치면 시장은 만성화되고 회복은 그만큼 늦춰지게 된다. 좋은 의도였지만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업계와 주택 수요자들의 시선이 온통 국회로 향해 있다. 이제는 이들에게 신뢰감을 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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