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LTV 60%초과 규모 53조… 곳곳서 부실 위험신호
내년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천문학적인 가계부채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자 부담으로 대출금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신호가 다시 감지되고 있다. 올들어 집값 하락과 주택담보대출 규제인 담보가치인정비율(LTV) 급등이 맞물리면서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올해보다 17조5000억원 늘어난 40조700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2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대출 당시보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LTV 60%를 초과한 은행권 대출잔액이 지난 6월 말 기준 약 53조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18% 수준까지 도달했다.
LTV를 초과했다는 것은 대출원금 일부를 즉시 상환해야 하는 위험대출로 분류된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LTV 한도 범위 내에서 받은 대출이 갈수록 담보 가격이 떨어지며 깡통주택으로 몰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LTV가 80%를 초과했다는 것은 현재 주택 경락률(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75%인 점을 감안할 때 주택을 처분해도 은행이 대출금 전액을 회수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6월말 기준 LTV가 60%를 초과한 대출은 총 52조9000억원이다. 구간별로는 60% 초과~70% 이하가 42조3000억원, 70% 초과~80% 이하가 7조4000억원, 80% 초과가 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깡통주택이나 다름없는 LTV 70% 초과 대출은 △2009년 말 6조5000억원 △2010년 말 7조4000억원 △2011년 말 8조원 △2012년 말 9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298조7000억원의 37%에 해당하는 109조9000억원이 50% 초과~60% 이하 구간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집값이 추가로 하락하면 부실 위험 단계로 고스란히 넘어오게 된다.
현재 은행권 LTV 한도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시가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출기간에 따라 50~60%, 6억원 초과 아파트가 50%다. 수도권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 주택은 60%다.
그러나 올 상반기 가계대출 상승과 주택하락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수도권 지역의 LTV 규제 한계범위는 이미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52.8%), 인천(56.0%) 등 수도권 곳곳에서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도 지난해 말보다 0.9%포인트 상승한 45.8%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담자는 “올해 1분기까지 LTV 초과 대출 증가세는 눈에 띄는 변동폭을 보이 않았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과 취득세 혜택 종료에 따른 거래절벽에 따른 효과로 LTV한도 초과 대출 부실화가 초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만 집중해 LTV 규제를 완화해 주고 있다”며 “경기침체, 원금상환 요구, 주택가격 하락세 등이 이어질 경우 금융권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