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민원을 줄이자] 못 믿을 설계사? 눈먼 보험금? 빗발치는 민원

입력 2013-10-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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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원인과 실태> 금융민원 중 보험이 절반… 일부러 車사고 내 부당수령 늘어나는 악성민원도 골치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 2005년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월보험료 30만원씩 내는 10년 만기 복리식 적금 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지난 2008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1842만원을 중도 인출했다. 그러던 중 중도 인출 시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보험계약 전 설계사로부터 안내받지 못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중도 인출을 하지 않았다면 만기 환급금 3852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도 인출로 만기 시 예상 지급액이 3392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기납입 보험료 대비 95% 수준이다. 보험설계사의 설명 부족과 상품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로 원금 손실을 본 셈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지만 금융 민원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 민원은 7만7132건으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지난 2009년 6만8899건에서 2010년 6만3384건으로 8.0% 감소했다가 2011년 7만2398건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금융 민원 중 보험 민원이 지난 상반기 기준 50.6%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에는 56.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보사의 경우 지난 2009년 2만43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손보사는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보험 모집 관련 민원이 28.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금·제지급금 산정(14.3%) 또는 지급 지연(13.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면부책 결정·계약 성립, 실효·고지 및 통지 의무 위반, 불친절·보험 질서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원인별로는 보험금 산정·면부책 등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38.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가입 권유·인수 심사 등의 보험 판매 민원(31.7%), 계약 전 알릴 의무와 실효·부활 등 계약관리 민원(11.2%)이 뒤를 이었다.

금융업종 중에서 특히 보험 민원 비중이 높은 것은 무형성·복잡성 등 보험상품의 본질적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보험 민원 비중이 전체의 30%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보험업계의 민원 발생 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설계사 등 모집종사자 및 영업관리자가 보유 계약 유지보다 신계약 창출에 집중해 불완전판매를 하는 것이 민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계약 관리와 관련해 설계사가 계약 전 알릴 의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많은 민원이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보험 민원의 5.1%는 설계사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허위·부실 고지가 발생한 것이다.

손보사의 경우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생보사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보험금 산정과 관련해 보험금 내역 등에 대한 상세 안내가 미흡했다는 민원은 손보사가 전체의 21.2%, 생보사가 17.4%를 차지했다.

보험조사 장기화에 따른 보험금 지급 지연 및 안내 부족으로 인한 민원은 손보사가 10.8%, 생보사가 3.2%를 기록했다.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가 난립하고 있는 것도 보험 민원 증가 원인 중 하나다. 또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뒤 일부러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혐의자 81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해당 기간 동안 총 1037건의 자동차 사고를 내 총 28억4000만원의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보험업계의 민원을 노리고 일반 민원인들을 ‘블랙컨슈머’로 조장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해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회사들이 민원을 50%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악용해 보험금을 더 타 내도록 도와주는 브로커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손해사정인이나 변호사 사무장들을 포함한 브로커 단체가 민원에 개입하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최근 민원 감축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브로커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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