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의 저주]부실기업이 CP 선호하는 이유

입력 2013-10-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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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간편·비용 저렴 ‘급한 불’ 끄기 최적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기업어음(CP) 시장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CP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단채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좀 복잡하다. 그동안 기업들의 CP 의존도가 워낙 크고 발행 비용한도 등 여러 면에서 기업들의 CP 선호도가 큰 만큼 전단채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금조달이 급하거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기업들이 기업어음(CP)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발행 절차가 간편하고 발행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사실상 발행한도가 무한대인 만큼 급한 불 끄기에는 최적의 조달 수단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CP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월 15일부터 전단채를 시행하고 있다. 전단채는 실물 대신 전자등록 방식으로 발행하는 사채로 만기가 1년 미만이다. CP와 달리 기업의 이사회가 발행한도를 정하고 전자방식이어서 기업별 발행한도와 총액, 미상환금액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기대처럼 전단채 발행이 활성화되면 단기금융증권의 발행유통정보가 투명해질 수 있다. 문제는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은 여전히 CP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받기 쉽고 발행총액이나 미상환잔액 등 정보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CP 발행 만기 제한이 없어진 점도 사태를 키우고 있다. 발행 만기 제한이 사라지면서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기업들은 발행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간편한 CP 발행을 늘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CP를 전단채 발행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CP 선호 현상은 여전한 상황이다. 발행 비용이 일반 회사채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는 점도 기업들이 CP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3개월 초과, 1년 미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은 전단채로 발행하면 증권신고서를 내야 하지만 CP로 발행하면 면제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기준 전단채 발행잔액은 6조9772억원으로 CP양도성예금증서(CD) 등 전체 단기금융증권 발행잔액 143조8009억원의 4.85%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단채 도입으로 CP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CP가 발행 비용 등 여러 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만큼 전단채가 CP를 대신해 시장에서 정착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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