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재계 총수 부르는 국회- 임유진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10-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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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주요 재계 총수들이 대거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기업 활동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정무위가 채택한 일반증인 63명 중 재계(경제단체장 포함) 인사는 무려 59명으로 그 비중이 94%에 달했다. 이밖에 상임위에서도 경제민주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갑을 논란 등으로 국감에서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제민주화 흐름에 편승한 정치권의‘막무가내식’ 증인 채택이 봇물을 이룬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기업 행태에 대해선 국회가 관리 감독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감 현장은 국회의원들이 CEO를 윽박지르거나 호통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재계 측은 “국감 주요 증인 채택만으로도 해당 기업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고 업무 공백도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인의 국감 출석은 대외활동 제한에 따른 경영 차질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증인을 채택해 제대로 질의응답을 못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이다. 이런 탓에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가 횡행하고, 국감 철만 되면 재계는 ‘국감 포비아(Phobia·공포증)’에 제대로 업무에 전념할 수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곤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6일 “최근 국정감사는 정책감사의 취지를 벗어나 기업감사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며 기업인의 증인채택에 신중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국정감사는 국회와 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원리를 실현하는 대정부 통제 수단으로서 그 대상은 국가기관이 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과도한 정치 공세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민주당은 추징금 집행 과정에서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졌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증인으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인데도 전직 대통령을 국감장에 불러 세우겠다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개인 공명심으로 비쳐질 수 있다.

국회는 행정부를 감시·관리하는 곳이지, 기업에 권력을 행사하는 곳이 아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기업인을 소환하도록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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