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미국 사회의 저력- 김창남 경희대 교수

입력 2013-09-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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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여 국제적으로 지도적 위치를 확보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도전도 거세어져 왔다. 많은 미국인들도 더 이상 미국이 세계 제일의 부자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미국이 엄청난 군사비를 써가며 국제적 파수꾼의 임무를 도맡아야 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군사비의 삭감 등을 통해 적자폭을 줄이고 국내문제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와는 달리 미국 쇠퇴론을 부정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보다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펴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미국의 국력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그 어떤 나라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초강대국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인의 아이디어도 과거 공산주의 국가를 비롯하여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꾸준히 확산되어 이전의 그 어떤 시대보다 더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피난민과 이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땅이며, 언어와 피부 색깔을 넘어 인간의 꿈을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미국은 거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과학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견해를 펴고 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미국의 국력에 대한 평가는 미국 전문가로부터 보통사람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아니라는 견해와 여전히 다른 나라가 도전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국력에 대해서 상반된 견해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첫째, 그동안 중국 등 많은 다른 나라들이 경제력, 군사력, 국제적 영향력의 측면에서 미국에 도전하며 급속히 성장해왔다는 사실과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지표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 역사상 가장 부강한 나라라는 사실이다.

분명히 한 나라의 융성과 쇠퇴를 경제적인 오르내림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거대한 군사력과 풍요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강대국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해서 우리가 과연 그들을 진정으로 부러워하는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며 자신들의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일본을 강대국이라고 부를 수 없다.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지도, 겸허하게 뉘우치지도 못하는 일본은 우리에게 오직 극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밝히는 하나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결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미국의 정부와 정치와 문화를 관찰하면서 부러워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책임감 있는 관료집단, 최고의 지성과 도덕성을 가진 정치인들이다. 부정부패한 공직자를 허용하지 않는 국민과 정치문화이다. 잘못이 있을 때는 인내를 가지고 끝내 스스로 정화해내는 정치시스템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 양보와 자원봉사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인종문제, 총기문제 등 미국 사회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되어 있고, 건전한 도덕성 위에 서 있는 한 미국은 결코 쉽게 쇠퇴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 눈과 귀와 판단력이 살아 있고, 정치시스템에 자정능력이 있는 한 결코 쉽게 쇠망의 내리막길로 굴러떨어질 수가 없을 것이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물질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 쇠퇴의 결과였다. 피상적으로 보면 미국사회가 온갖 문제의 소굴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저력은 그런 표피적인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민의 혈세로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도 국기와 국가를 부정하는 정치집단, 부정부패 비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권세가와 재력가, 훤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거짓 언동을 거리낌없이 행하는 이른바 사회지도층이 우직하게 법을 지키며 개미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좌절하게 사회는 미국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세심하게 살펴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라의 미래를 밝히는 사회적 동력을 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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