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전성시대] 뜻 맞는 5명의 힘… 자본주의 문제 딛고 대안경제 실현

입력 2013-09-26 10:31수정 2013-10-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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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청소·교육·자전거 수리 등 2388개 조합 승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월 1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임정빈 신협 서울지역협의회 회장과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융자•홍보•교육활성화을 위한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뉴시스
위탁청소사업, 교육 서비스업 등 기본적인 형태의 협동조합을 비롯해 자전거 이동수리 및 자전거 안전교육,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케스트라 채용 등 그야말로 가지각색의 목적을 가진 협동조합들이 불과 8개월 사이에 앞다퉈 생겨났다. 이 같은 규모는 전문가들의 당초 기대치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협동조합의 이 같은 인기는 양극화 등의 문제로 기존의 경제관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한몫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의 일환으로 공정하고 이타적인 경제 활동에 목말랐던 욕구가 분출된 것이다.

◇협동조합 2388개…없는 것이 없다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의 주도 아래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8개월이 지난 지난달 말일 기준으로 신청(신고)된 협동조합 수는 2530개이며 승인 처리돼 정식으로 협동조합이 된 숫자는 2388개이다. 이 가운데 일반협동조합은 가장 많은 2314개가 승인됐으며, 일반협동조합연합회는 8개, 사회적협동조합은 117개가 승인돼 활동 중이다.

많은 숫자만큼 활동도 다채롭다. 등록된 조합들이 내세운 주요사업을 살펴보면 교육, 서비스 등 기본적인 내용을 비롯해 사진 이미지 데이터베이스화, 정신건강을 위한 치유사업, 일제강점기 피해자 후손 후원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설립 동의자 수도 기본 5명에서 많은 곳은 140명도 있으며, 출자금도 1백만원에서부터 억 단위까지 분포돼 있다.

협동조합 신청과 등록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시다. "협동조합 신청과 등록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4개 권역에서 협동조합상담센터를 설치하고 협동조합 설립의 정관작성 등 복잡한 절차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지난 8개월 동안 서울시에 신고된 협동조합은 729건이며 수리된 숫자는 695건이다. 이는 경기도나 인천, 부산, 광주 등 여타 다른 지역들을 압도하는 숫자다.

여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적극적인 확산 정책이 깔려 있다. 아름다운 재단과 희망제작소 등 시민단체의 상임이사를 지낸 박 시장은 지난 7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협동조합은 승자독식의 경쟁적 자본주의가 불러온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적 경제로, 시민에게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의료협동조합과 육아협동조합, 자동차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생겨나는 가운데 매출액 1조원대 규모로 성장한 협동조합 등 성공적 사례도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향후 10년간 협동조합 수를 8000개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또 협동조합을 통해 서울 내 총생산(GRDP)의 5% 규모인 14조3700억원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세운 바 있다.

◇양극화, 고용불안 벗어날 대안 기능

협동조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공동체로 참여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장점은 노인, 여성, 청년 등 취업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고 부족한 복지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다. 실제로 국가재정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한 유럽에서는 협동조합 활성화를 통한 협력과 통합으로 사업과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양극화로 소상공인들이나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이 같은 불안을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협동조합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퀵서비스 협동조합이나 건물관리나 유지보수 협동조합 등 고용불안 속에서 일하던 이들이 조합을 구성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을 유지시키는 한편 이익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등 경제적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상인들도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협동조합으로 함께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초기에 신청하는 협동조합은 사업자 협동조합이 많다. 예를 들어 시장협동조합의 경우 홍보나 시장개척, 기술개발 등에 평소 생각을 가지고 있던 시장의 개별 상인들이 협동조합으로 힘을 합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훈 협동조합 지원센터 대외협력팀장은 “개별적으로 사업기반을 갖추고 있는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편의시설 확충, 공동구매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확대한다”며 “단독의 협동조합을 갖추기보다 이미 개별적으로 사업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협동조합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청년들이 사회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지난 2월 경제난에 허덕이던 청년들이 지원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토닥토닥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토토협은 저렴한 이율로 조합원들에게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하며 재무상담도 진행한다. 만 15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 중 매달 5000원에서 5만원의 출자금을 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초기인 지금까지는 기본개념을 홍보하고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정착을 위해 보다 진전된 고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협동조합을 구상하는 이들은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요구되며 정부는 단순한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조합 설립 컨설팅과 가이드 등 다채로운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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