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무회의서 기초연금·4대중증질환 설명… 야당 “대국민 사기극”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6일 내년도 예산안이 상정되는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야당에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3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26일 예산안을 상정하는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기초연금 문제와 4대 중증질환 국고지원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번 국무회의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설로 공약축소 논란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사태를 수습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마련한 기초연금 최종안은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하위 70% 내지 80%에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경제적인 형편을 고려해 최고 20만원 한도에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 상당부분 축소된 것이다.
이미 후퇴 논란을 겪은 4대 중증질환(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100% 국가지원도 더 쪼그라들고, ‘온종일학교’ 전면실시와 다수의 지방공약도 축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형편을 고려했다는 점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유를 떠나 국민과의 약속을 100% 다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언급하는 등 유감을 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며 “국민들에게 협조와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 사과나 유감을 표시할 부분은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증세’ 논의를 다시 한 번 테이블에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대로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 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계기로 정국은 또 한 번 중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복지공약 축소 논란에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셈이지만, 야당은 이날 국무회의를 계기로 투쟁수위를 더욱 높여나갈 공산이 커졌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초연금 공약이 대선 승리만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집권 1년도 안돼 대선공약들을 무효화 한 대국민 사기극의 본말을 밝혀낼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기초연금, 보육,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경제민주화 등 대통령 공약의 네 가지 트레이드마크를 다 뒤집으면 남는 게 뭔지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공식적인 언급을 되도록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부적으로 “복지공약 축소가 올바른 방향이다”라는 공감대가 상당부분 형성돼 있는 만큼, 국무회의 이후에는 야당의 공세에 적극 맞서나갈 계획이어서 박 대통령의 공약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